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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KIA는 기분 좋은 일 하나가 있다. 학수고대하던 오른손 거포의 재발견. 그 가능성이 열렸다. LG 정의윤(27)과 KIA 김주형(28). 오랫동안 터지지 않았던 무한 잠재력이란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흘러넘치기 직전이다. 오랜 인내 속에 기다려온 카드. 팀으로선 귀하디 귀한 오른손 거포다. LG, KIA 뿐 아니다. 모든 팀이 목 말라하는 우완 거포 만들기. 하지만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교타자와 대비되는 거포의 성장지체
거포의 성장지체. 메커니즘적으로도 설명이 된다. 프로와 아마 투수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마 시절 난다 긴다하던 타자도 프로의 높은 벽에 한계를 느끼게 마련. 그 갭은 장거리 타자일수록 더 커진다. 현역 시절 교타와 장타를 겸비한 강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KIA 이순철 수석코치는 이런 말을 한다. "아마에서 입문한 타자들은 프로 무대에 맞는 테크닉을 터득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힘을 빼고 툭툭 맞히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교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에요. 타격의 문제점은 욕심에서 나오는데 장거리포는 아무래도 이를 버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천번의 인내가 필요한 작업
거포 만들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만큼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한다. 팀 타선의 미래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발견되는 타자라면 눈을 질끈 감고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 필요하다. 어떤 결실도 비용 없이 이뤄질 수 없는 법.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각 팀 사령탑들은 그만한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자리보전이 힘들다. 당장 타석에서 '선풍기'를 붕붕 돌리고 있는 거포 유망주를 인내심 있게 기용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다. 일부 팬 등 주위의 맹렬한 비난도 뚝심을 방해하는 요소. 그런 면에서 젊은 사령탑 LG 김기태 감독의 지론은 눈여겨 볼 측면이 있다. 그는 감독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나와 코치들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없어도 LG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팀의 미래를 위한 유망주 기용의 이유에 대한 설명. 실제 그는 자신의 철학을 꾸준히 실천했다. 최근 무섭게 변하고 있는 정의윤은 김 감독의 뚝심과 희생의 결과다. 김 감독은 시즌 초 정의윤이 부진할 때도 꾸준한 기회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도록 배려했다. 틈 나는 대로 개인 면담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줬다. 눈빛이 달라졌다. LG를 떠난 뒤에야 대폭발했던 오른손 거포의 쓰라린 역사. 김기태 감독의 뚝심 속에 성장중인 정의윤이 그 공식을 바꿔놓을지가 관심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