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s time for Dodger baseball!(다저스 게임이 시작됩니다).'
LA 다저스의 홈경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구호가 경기장에 울려퍼지면,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기다린다.
일부 팬들은 마틴 김을 단순히 류현진의 통역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류현진이 다저스에 오기 전부터 한인 관련 업무를 총괄해 온 다저스의 직원이다. 지난해 말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하자 류현진의 통역까지 맡게 됐다. 마틴 김은 류현진과 형제처럼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며 호형호제하며 지낸다. 한국어와 영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며 구단에서 마케팅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저스에서 단순히 구단 직원이 아닌 '동료'로 인정받는 마틴 김을 28일(한국시각)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하이웨이시리즈' 4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만났다.
인터뷰에 응한 마틴 김은 "한국분들이 저에게 궁금하신 이야기가 있다면 당연히 알려드려야죠"라며 스포츠조선과의 만남을 흔쾌히 허락했다.
-류현진의 통역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도 당신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름은 마틴 김입니다. 다저스의 마케팅 직원이자, 류현진 선수의 통역을 맡고 있죠.
-굉장히 미남이네다. 경기장에서 보면 '마틴'을 외치는 여성 팬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쑥스러운듯)현진이처럼 유명한 선수를 옆에서 돕다보니 그냥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할 때 큰 역할을 했다 들었습니다.
류현진 스카우팅과 그에 대한 리서칭을 할 때 네드 콜레티 단장을 직접 도왔죠. 선수의 기량은 물론 멘탈적인 부분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이 작년에 한화에서 던진 모든 경기를 비디오로 봤고, 추신수 선수가 출연한 예능프로까지 다 챙겨봤어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미국에 오게 됐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마케팅 전공을 했어요.
-학창 시절 야구를 했다고 들었는데 포지션은 어디였나요.
(웃으면서)투수와 포수 빼고는 모든 포지션의 백업으로 활약했습니다.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죠.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데요. 한국에 가 본적은 있나요.
어린 시절엔 갈 기회가 없었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출장 목적으로 자주 들렀어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나는 한국인이구나'라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습니다.
-즐겨보는 한국 TV프로그램이 있나요.
업무가 바빠서 챙겨서 볼만큼 시간은 없어요. 원정경기때 현진이가 보는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같이 봅니다. 솔직히 내가 봤던 프로들이 뭔지는 모르지만(웃음),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저스 구단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 시절 서부에서 온 친구들이 '나더러 넌 LA 성격이다'라고 말하곤 했어요. 한번 LA에 가봤는데, 정말 나랑 잘 맞았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여기에 눌러 앉았고, 운좋게 다저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주된 업무는 마케팅입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마케팅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어마어마합니다. 솔직히 류현진이 오기 전에는 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진이가 온 뒤에 내가 전화하는 일보다 전화받을 일이 훨씬 많아졌어요. 티켓 파워적 측면에서도 박찬호 선수가 선발등판하던 시절엔 평균관중 5000명 정도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 들었는데, 류현진의 티켓파워도 전혀 뒤지지 않고 있고 어쩌면 그 이상의 잠재력도 있다고 봅니다. 이 정도의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건 현진이가 대단한 스타라는 이야기죠.
-류현진의 원정등판 때도 팬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선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을 응원하는 한국분들이 많아서 뉴욕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류현진의 영어공부도 도와준다고 들었는데요. 류현진의 영어실력은 어떤가요.
많이 늘었어요. 한 가지 예로, 코칭스태프와 선발투수가 게임 전에 미팅을 하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통역을 하기도 전에 (알아들었다는 듯)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리고 선수들과 하는 영어도 하나 둘씩 표현이 늘고 있는게 보여요.
-류현진 통역을 하며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메이저리그 규칙에는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만 통역도 올라갈 수 있어요. 어느 날인가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양손을 밑으로 내리면서 침착하라는 사인을 보냈는데, 류현진이 낮게 던지라는 사인으로 알아듣고 볼을 낮게 던졌던 적이 있어요. 현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도 내가 마운드로 갈 수 없어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면 류현진과 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요.
경기의 흐름을 끊으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류현진의 통역을 맡을 것 같은가요.
다양한 업무로 바쁘지만 적어도 올시즌까진 통역으로서 끝까지 현진이를 돕고 싶어요.
|
현진이가 작년 한화에서 등판했던 경기를 비디오로 봤고, 그가 출연한 예능프로그램들도 모두 챙겨봐서인지 만나기 전부터 현진이가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면서 '이 친구는 나와 친해질 수 있겠구나' 라는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류현진과 경기장 밖에서도 자주 어울리나요.
홈경기가 있을 때는 가끔 식사를 하고, 원정 때는 거의 함께 있다고 보면 됩니다.
-팀 동료인 루이스 크루즈(3루수)가 류현진과 당신을 가리켜 월트디즈니의 만화 라이온킹에 나오는 캐릭터 품바와 티몬이라고 하더군요. 인사할 때도 만화에 나오는 방식으로 '하쿠나마타타'라고 한다던데.
류현진은 덩치도 크고 귀엽게 생겼다고 품바, 나는 항상 류현진의 통역을 하느라 말이 많다며 티몬이라 불려요.(웃음) 현진이, 나, 크루즈, 아드리안 곤잘레스 이렇게 넷이서 정말 친한데, 크루즈와 곤잘레스가 주로 그렇게 불러요.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되면 류현진과 뒷풀이 같은 것도 하나요.
특별하건 없고, 현진이는 이기든 지든 던지고 나면 고기(한식류)를 먹고 싶어해요. 그래서 원정때마다 현진이를 위해 괜찮은 한국식당을 찾아야 합니다.(웃음)
-류현진의 등판 당일이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4일간의 휴식동안 서로 농담하고 장난치다가도, 5일째 등판날이 되면 나도 현진이에게 말을 잘 걸지 않아요. 현진이가 승부욕도 강하고 등판 당일엔 특히 더 집중하려 하는 친구라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류현진에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있나요.
고마운 점은 현진이가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정말 형처럼 잘 대해준다는 겁니다. 처음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갔을 때 '이런 건 동생이 굽는 겁니다'라면서 직접 고기를 굽더군요. 그걸 보면서 이 친구는 사람이 된 친구라고 느꼈어요.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항상 칭찬합니다. 감독과 류현진의 관계는 얼마나 좋은가요.
류현진은 매팅리 감독을 정말 좋아합니다. 매팅리 감독도 마찬가지고요. 둘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현진이는 선수들에게 '류(Ryu)'라고 불려요. 그러나 매팅리 감독은 현진이가 한국에서 불리던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며 나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래서 매팅리 감독은 전부터 지금까지 류현진을 '현진' 이라고 부릅니다.
-팀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매팅리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큰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이 매팅리 감독을 좋아하고 그와 오래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매팅리 감독의 플레이를 보며 야구를 했던 친구들도 많아요. 매팅리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에 고함을 지르거나 화를 내는 그런 감정적인 감독이 아닙니다. 언제나 선수들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자상함도 갖췄죠. 모든 선수들이 진심으로 매팅리 감독을 응원하고 따릅니다.
-현장에서 지켜본 당신과 류현진은 친형제 만큼이나 가까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겪은 류현진은 어떤 사람인가요.
정이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주 착한 사람입니다. 평소에 말이 많진 않지만 해야 할 말은 꼭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의리가 있는 친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류현진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현진아. 언제나 나를 형으로 잘 챙겨주고 따라줘서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업무적인 면에서도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더 성공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LA=곽종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