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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인지 도무지 안 풀린다는 표정으로 덕아웃에 터벅터벅 들어오는 일이 잦이지고 있다.
8일 기준으로 올해의 '멘도사 라인'은 1할8푼~2할2푼 사이에 형성돼 있다. 그 최하위가 바로 안치홍이다. 안치홍은 8일까지 28경기에 나와 104타수 19안타로 타율이 1할8푼3리밖에 안된다. 안치홍의 바로 위는 두산 손시헌(33, 타율 0.208)이고, 삼성 이승엽(37)이 2할1푼7리로 손시헌보다 약간 높다. 올해의 '멘도사 라인'에 걸린 선수들이다.
이들 가운데 손시헌은 지난 4월에 왼쪽 손목과 목 부상 등으로 컨디션이 극히 좋지 않았다가 차츰 회복되는 중이다. 이승엽은 경력상 전성기에 비해 차츰 하향세를 그리는 시기에서 겪는 일시적 슬럼프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각자 일가를 이뤄놓은 베테랑 선수들이라 언젠가는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올해의 부진은 좀 이상하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닌데 좀처럼 안 맞는다. 게다가 초반의 일시적인 타격 밸런스 난조라고 보기에는 부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2009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의 안치홍은 초반에 밸런스 난조를 겪다가 차츰 타격감을 회복하는 '슬로스타터'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꾸준하게 잘 쳤다.
똑같은 28경기, 86타석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2012년의 안치홍은 타율 3할5리(118타수 36안타)에 3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이 시점에서 타율과 홈런이 팀내 1위였다. 2011시즌에 28경기에 나섰던 안치홍의 타율은 2할7푼2리(92타수 25안타)였다. 홈런은 1개가 있었다. 2010년 역시 좋았다. 프로 2년차를 맞이한 이 시기의 안치홍은 역시 28경기 기준으로 타율 3할5리(105타수 32안타)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2루타는 7개나 됐다.
결국 올해 초반의 부진이 매우 이례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올해의 안치홍은 타격폼을 약간 수정했다. 스윙을 할 때 필요없는 힘을 빼고, 타구의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타석에서 대기할 때 배트를 높이 세웠다. 시범경기에서는 이 덕분에 장타율이 4할4푼8리로 꽤 높아졌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돌입한 뒤에는 장타력은 물론 정확도마저 떨어지고 있다.
안치홍의 타격부진이 전적으로 폼의 수정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러 요인의 한 가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안치홍은 KIA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안치홍이 살아나야 KIA 공격이 전체적으로 매서워질 수 있다. 과연 안치홍이 언제쯤 '멘도사 라인'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