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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움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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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그 선두를 내달리고 있지만, KIA는 아직까지는 큰 약점을 갖고 있는 팀이다. 불펜의 힘이 다른 팀에 비해 크게 약하다. 특히 한국시리즈에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유력한 맞상대팀으로 분류되는 '디펜딩챔피언' 삼성에 비하면 불펜이 크게 밀린다. 장기 레이스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 불펜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가상 대결파트너에게 밀리면 결코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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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후반에 밀리고 있으면 답이 안나온다. KIA 불펜진은 올시즌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6개의 롯데보다는 적지만 두산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은 수치. 7회에서 9회까지의 평균자책점 순위에도 이는 잘 나타난다. 7회부터 9회까지의 KIA 평균자책점은 5.09. 불펜진이 강한 삼성(3.91), 두산(2.72), LG(3.88) 등과 확실히 비교된다. 실제 KIA는 삼성,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불펜의 한계를 드러냈다. 29일 광주 삼성전에서 8회까지 1-0으로 앞서다 유동훈, 진해수가 불을 질러 1대4로 역전패해 위닝시리즈를 놓쳤다. 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6회초 4-2로 역전을 시키자마자 6회말 수비 때 불펜진이 무너져 5-4로 역전을 허용했다. KIA는 7회초 1점을 더 내주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베테랑 우완투수 송은범의 합류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송은범을 당장 필승조로 써도 되고, 올해 처음으로 마무리를 맡게된 앤서니와 나란히 '더블 클로저'로 쓸 수도 있다. 혹은 송은범을 아예 선발로테이션에 합류시켜 원래부터 강했던 선발의 힘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6선발 체제'로 팀을 꾸릴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불펜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할 만큼 송은범은 활용도가 큰 선수다. 비록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재활을 겨우 마친 상황이고, 올해 초에도 마무리를 하다가 오른쪽 검지 부상을 당했다는 게 위험요소지만 KIA측은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를 한 뒤에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KIA 관계자는 "송은범의 상태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이 모두 끝났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09년 타격 3관왕인 김상현을 자신있게 내줄 수 있는 것도 이런 송은범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후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리 넘치는 외야라인에 대한 교통정리를 한 의미도 있다. 트레이드 전까지 KIA의 1군에는 이용규와 나지완 신종길 김상현 김원섭 등이 포진돼 있었다. 최근 타격감을 회복한 김상현이 이용규 신종길과 함께 주전 외야수로 나서고, 나지완은 지명타자 그리고 김원섭은 대타나 대수비로 자주 나간다. 이들 5명은 어느 팀에 가든 주전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5월 말이면 김주찬이 돌아온다.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1명의 주전급 외야수가 2군으로 가야한다. 한정된 1군 엔트리에서 외야수를 6명씩이나 운용하는 것은 전력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도 손해다. 선동열 감독은 이같은 상황이 머지않아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미리 발빠르게 트레이드 카드로 김상현을 사용한 것이다. 마침 김상현이 최근 타격감을 되찾고 있어 더 매력적인 카드가 됐다. 이런 배경 상황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이번 트레이드는 KIA와 김상현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