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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옥스프링(36)에게 4월은 잔인했다. 3연패. 2선발로 시즌을 시작, 개막 이후 4경기에서 3패를 했다. 롯데 구단 안팎에선 옥스프링으로 이번 시즌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얘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일부에선 이미 옥스프링을 대신한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옥스프링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투구 동작에서 테이크백(던지는 오른팔을 뒤로 빼는 동작)이 짧았고, 내딛는 왼발과의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특히 주자가 나갔을 때 볼넷이 너무 많았다. 또 하나는 '쿠세(투구 버릇)'를 읽혔다. 옥스프링은 그립을 글러브 밖에서 장시간 노출했다. 상대팀은 옥스프링의 그립을 보고 대충 무슨 공이 올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는 것이다. 롯데는 옥스프링에게 최대한 그립을 글러브 안에서 숨길 걸 주문했다. 옥스프링도 수긍했다.
지금의 옥스프링은 한달 전과는 180도 달랐다.
그의 장점은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이다. 옥스프링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LG 시절엔 낙차 큰 커브로 재미를 봤다.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너클볼 등 구질이 다양했고, 제구도 수준급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옥스프링을 퇴출 위기에서 구한 건 커터였다. 그는 지난 SK전에서 커터를 결정구로 했다. 140㎞에 육박하는 커터는 직구 처럼 날아오다 마지막 순간에 살짝 아래로 떨어졌다. 직구 다음에 던지는 커터는 SK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들게 만들었다.
KIA전에서 옥스프링은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3할 타자들이 수두룩한 KIA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옥스프링은 맘 먹은 대로 뿌렸다. 시쳇말로 제대로 긁히는 날이었다. 무브먼트(공 끝)가 좋은 직구의 최고 구속은 146㎞. 과감하게 타자의 몸쪽 승부를 가져갔다. 커터가 타자의 바깥쪽을 계속 파고들었다. 게다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었다. KIA 타자들은 어쩔줄을 몰라했다.
또 옥스프링의 결정구는 다양했다. 변화구를 기다리는 타자들에게 직구를 꽂았다. 직구 타이밍에선 낮은 커브로 허를 찔렀다.
옥스프링의 호투는 롯데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최근 롯데는 3연패를 당했다. 투타 불균형이 심하다. 게다가 연속 실책으로 팀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옥스프링 마저 무너졌다면 롯데의 연패가 자칫 길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롯데의 구세주가 됐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