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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네요."
"정작 짐 싸서 떠나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런지 모르겠어요. 벌써 눈물이 나요. 고향 팀이란 점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제 인생에 야구를 가장 잘했던 곳이었으니까…."
LG에서 KIA로 옮긴 2009년. 김상현은 신데렐라였다.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KIA를 1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36홈런, 127타점, 장타율 0.632로 3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올랐다. 이적생 MVP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였다. 가장 화려했고 꿈 같은 시기를 보낸 고향 팀.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KIA는 올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우승을 또 한번 하고 싶었어요. 올해가 기회라고 생각했죠."
올시즌 그는 입지가 살짝 줄었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FA 김주찬이 들어왔고, 신종길도 오랫동안 숨겨둔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나지완도 군 입대 전 독기를 품었다. 김주찬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외야는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KIA 타선에서도 거포 김상현은 꼭 필요한 존재지만 SK만큼은 절실한 건 아니다. 이범호, 나지완 등 한방을 칠 수 있는 오른손 타자들이 있다.
하지만, 새 팀 SK의 김상현에 대한 수요는 절실했다. 꼭 필요했다. 최 정 외에 마땅한 해결사가 없어 애타게 찾던 오른손 거포다. 김상현은 한동민이 맡아 오던 4번 타자로 당장 세울 수 있는 카드다. 기대감도 크다. 트레이드 소식에 정신 없던 와중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SK 이만수 감독이었다. "당연히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릴 참이었는데 전화를 주셨더라구요." 이 감독은 죄송해하는 김상현에게 대뜸 "네게 모든 걸 걸었다"며 껄껄 웃었다. 기운을 북돋기 위한 배려였다. 침체된 SK 타선 상황을 감안하면 그냥 하는 말도 아니다. 진심이다. 황송한 마음에 김상현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벤치의 믿음과 꾸준한 출전 기회는 김상현을 또 한번 폭발시킬 공산이 크다. 시즌 초 슬럼프를 딛고 올라가던 페이스. 변화 속에서도 불안감이 덜 한 이유다. "시즌 초보다 (타격 페이스가) 괜찮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다행이네요." 김상현이 인천에서 '어게인 2009'를 외칠 수 있을까. 야구인생에 있어 또 한번의 도전이 막 시작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