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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변치 않았다. 삼성은 선발의 힘과 불펜의 안정성, 수비진의 정교함에 타선의 막강함까지 모두 롯데보다 한 수 위였다. 삼성이 롯데와의 주말 3연전을 스윕하면서 주중 넥센전 3연패의 충격을 일찍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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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롯데전 스윕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선발 투수들의 무게감 차이였다. 삼성의 이번 3연전 선발은 로드리게스(3일)-배영수(4일)-밴덴헐크(5일) 순이었다. 롯데는 고원준-김승회-송승준 등 토종 3인방으로 맞섰다.
삼성 쪽으로 무게감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롯데의 선발 역시 '한번 해 볼만 하다'는 믿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특히 고원준은 바로 앞선 등판이었던 지난 4월 27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6안타 3삼진 무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상승세를 탄 상황이었다.
반면 삼성의 세 선발 중에 로드리게스와 밴덴헐크는 7이닝까지 던졌고, 배영수는 6이닝을 소화했다. 결국 이번 3연전에서 양팀 선발의 평균 소화이닝은 각각 6⅔이닝(삼성)과 3이닝(롯데)으로 크게 벌어졌다. 여기서부터 양팀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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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의 격차 다음으로 삼성은 수비진의 정교함에서도 롯데를 압도했다. 롯데는 3일과 4일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헌납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결국 올 시즌 8경기 연속 실책의 폭탄이 롯데를 3연패의 수렁으로 빠트린 것이다.
3일 경기에서 삼성이 고원준을 두들겨 1회에만 7점을 뽑는 과정에서도 롯데 내야수비실책이 큰 역할을 했다. 1회초 무사 1루에서 박한이가 친 땅볼 타구를 유격수 문규현이 잡지 못하는 바람에 주자와 타자를 모두 살려준 것이다. 잘 잡았다면 병살타나 최소한 아웃카운트 1개를 끌어낼 수 있었지만, 오히려 삼성의 기를 살려주는 꼴이 됐다. 더불어 고원준 역시 이 실책으로 흔들려 이후 난타당했다.
4일에도 마찬가지다. 롯데가 1-3으로 추격하던 5회초 삼성 공격 때 1사 3루에서 이승엽이 친 타구를 2루수 정 훈이 다리 사이로 빠트리고 말았다. 3루 주자가 발빠른 배영섭이었지만, 정 훈이 그라운드 앞쪽으로 상당히 나와 전진수비를 하고 있어서 홈 승부도 해볼만 했다. 그러나 이 타구를 놓치면서 삼성은 여유있게 득점했고, 추격의 기세를 높이던 롯데는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 경기에서 모두 실책이 나오는 바람에 초반 싸움이 어려워지고 말았고, 이는 결국 홈 3연패로 귀결됐다.
타선의 폭발력에서도 삼성이 앞섰다
이번 3연전을 앞둔 시점에서의 일주일간(4월25일~5월2일)의 기록을 살펴보면 롯데 타선의 힘이 오히려 삼성보다 나았다. 팀타율 2할3푼2리로 삼성(2할2푼2리)보다 1푼이 높았다. 롯데의 팀 득점은 23점으로 삼성보다 1점 많았고, 타점도 21개로 삼성(19개)보다 2개 더 많았다. 전반적으로 롯데 공격이 더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3연전에서는 삼성이 완전히 롯데를 압도했다. 삼성은 3연전에서 총 24안타(5홈런)로 21점을 뽑았다. 반면 롯데는 20안타로 7점 밖에 내지 못했다. 안타 수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득점은 삼성이 3배나 많았던 셈이다. 여기에서 롯데 공격력의 부실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삼성이 3연전 중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5일 승리로 스윕승을 달성한 직후 "밴덴헐크가 최고의 피칭을 했다. 그리고 김상수도 정말 좋은 타격을 했다"고 말했다. 3연전 내내 비슷한 내용이다. 선발의 호투를 칭찬하면서 타선의 활약도 언급했다. 워낙 선발과 중간 그리고 타선에 수비까지 안정되다 보니 경기 후 소감이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날 패배한 롯데 김시진 감독의 경기 후 소감은 꽤 비장했다. 김 감독은 "타선과 선발투수가 엇박자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재 롯데의 위기를 진단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마땅히 해결책은 쉽게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김 감독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합심해서 극복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롯데의 침체기가 얼마나 짧게 끝날 지는 예측키 어렵다. 그만큼 지금의 롯데는 꽤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으로 진단된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