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두산-LG 어린이날 매치 승부 가른 요소는 집중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05 17:54 | 최종수정 2013-05-06 08:42


'어린이날 빅매치' 2013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3루 두산 이원석의 3루수 강습 내야안타때 홈인한 3루주자 오재원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05/

정규시즌, 잠실구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매치는 뭘까. 많은 경기들이 있겠지만 잠실의 한지붕 라이벌 두산과 LG가 벌이는 어린이날 매치가 단연 최고의 빅경기로 꼽힌다. 90년대 후반부터 어린이날만 되면 잠실에서 만나 혈전을 벌여온 두 팀. 5일 열린 2013 시즌 어린이날 매치 전까지 양팀은 그동안 5월 5일에 총 16번의 맞대결을 치렀다. 그 중 11경기가 만원 관중으로 가득찼다. 결과는 9승 7패로 두산의 근소한 우세.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2만7000 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LG는 다시 한 번 혈전을 치렀다.

숨막혔던 선발 맞대결

3일 두산 선발 김선우가 일찌감치 무너지고, 4일 LG가 두산의 깜짝 선발 유희관이 LG 타선을 혼쭐내며 생애 첫 승을 따낸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양팀 경기에서 항상 느껴지던 숨막히는 경기 양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특히, 두 선발투수가 어린이팬들 앞에서 힘을 냈다. 두산 노경은, LG 레다메스 리즈 모두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었다. 노경은은 최근 급격히 떨어진 페이스로 인해 2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됐었고, 리즈 역시 2연승 후 3연패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5회까지 나란히 무실점. 결국 노경은이 5⅓이닝 3피안타 1실점, 리즈가 5⅔이닝 3피안타 2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이 안타를 허용해 내준 실점이 아닌, 승계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온 상황에서 후속투수가 적시타를 맞아 더해진 실점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두 우완 정통파간의 멋진 한판 승부였다.

집중력, 강팀의 조건

중반까지 치열했던 양팀의 승부. 결국 5대2로 두산이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승부를 가른건 집중력이었다.

먼저 승리팀 두산. 1경기에서 누군가 4안타를 쳐도 결정적인 한방을 때려낸 선수가 스타가 되는게 야구다. 이날 경기 스타는 손시헌이었다. 혼자 3안타를 몰아친 신예 포수 박세혁도 돋보여지만 단 1개의 안타로 경기 결과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손시헌의 집중력이 더욱 빛났다.

손시헌은 팽팽한 투수전에서 선취점을 먼저 내줘 어려움을 겪을 뻔 했던 6회 2사 만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다. LG에는 정현욱, 봉중근이라는 필승 계투조가 있어 이 찬스를 놓칠 경우 두산으로서는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뻔 했다. 하지만 손시헌은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바뀐 투수 이동현을 상대로 잠실구장 좌중간을 꿰뚫는 싹쓸이 3루타를 만들어냈다. 상대 실투가 아니었다. 1B1S 상황서 들어온 몸쪽 낮은공을 자신있게 잡아당겼고, 최상의 코스로 타구가 날아갔다.


패자 LG는 그 반대였다. 한 순간에 수비가 무너졌다. LG는 손시헌에게 3루타를 허용하며 1-3으로 역전 당했지만 7회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곧바로 1점을 추격하며 승부를 끝까지 알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스스로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진 7회말 수비에서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중견수 이대형이 오재원의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놓치고 말았다. 이닝이 종료돼야 할 상황이 2사 3루 위기로 바뀌었다. 이어 또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3루수 정성훈이 이원석의 강습타구를 놓치며 상대에 쐐기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안타로 기록됐을 만큼 타구가 워낙 강했고, 잠실구장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베테랑 정성훈이 어려운 타구를 처리해줬다면 LG로서는 반격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을 수도 있었다.

이어진 5번째 실점 장면도 아쉬웠다. 두산 박세혁의 우전안타 때 2루주자 이원석이 홈으로 쇄도했다. 이 점수가 들어오면 분위기상, 그리고 상대 마운드에 서있는 오현택의 구위를 감안했을 때 LG가 경기를 뒤집기 힘들었다. 이원석의 발이 느리고 안타가 짧았기 때문에 충분히 홈에서 승부가 가능했다. 하지만 우익수 양영동의 송구를 1루수 김용의가 커트했다. 1점을 더 주고, 오버런한 주자를 잡기 위한 플레이였다. 물론, 홈에서 승부를 했다고 해도 세이프가 될지, 아웃이 될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