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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여전히 이닝이터였다.
류현진은 이날까지 등판했던 7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잘 던진 경기나 못 던진 경기나 조기 강판된 적은 없다. 선발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다한 셈. 이닝 이팅은 선발 투수의 으뜸 덕목이다. 그래서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도 6이닝 이상 3자책 이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란 점에서 주목할만한 연속 행진이다.
초반 충분히 흔들릴만한 경기였다. 적극 공세로 나선 샌프란스시코 타자들이 때린 빗맞은 타구는 묘하게 빈 공간을 찾아 안타로 둔갑했다. 반면, 다저스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는 이상하리만큼 야수 정면을 향했다. 경기장 분위기도 류현진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했다. 서부 최대 라이벌전. 다저스는 2경기 연속 끝내기 홈런을 맞고 졌다. 최악의 벤치 분위기. AT&T 파크 관중석을 꽉 채운 샌프란시스코 극성스러운 팬들의 기세는 극에 달했다. 스윕을 바라는 팬들은 빗자루를 흔들며 'Beat LA'를 외쳤다. 상대 투수,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류현진 스스로 말했듯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은 "마치 사직구장에서 같은 곳"이었다. 노련한 류현진이지만 사직구장에서는 약했다. 11번 등판해 4승5패에 평균 자책점이 4.18에 그쳤다. 이날까지 AT&T 파크 2경기에서 12⅓이닝 동안 7실점(5자책)하며 2패를 기록하게 됐다.
전날까지 불펜 소모도 극심했던데다 제구가 높게 형성되는 등 컨디션마저 썩 좋지 않았던 설상가상의 상황. 하지만 류현진은 차분했다. 선택과 집중 속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2,4,6회 7~9번 하위 타선은 빠른 승부로 확실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쉬어갔다. 다저스의 최대 숙적 샌프란시스코와의 두번째 선발 등판. 또 한번 타선 지원 불발(샌프란시스코전 2경기에서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6이닝을 막는 이닝이터로서의 존재감은 이어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