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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스타일을 가르자면 박세혁은 주전으로 써야 하는 선수다."
박세혁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1년 두산에 입단한 신예. 야구 실력보다는 왕년의 강타자 박철우(현 KIA 코치)의 아들로 이미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세혁 얘기가 나오자 야구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굳이 따지자면 2군에 있는 최재훈은 백업형 포수다. 하지만 박세혁은 주전으로 키워야 하는 포수"라고 밝혔다. 이미 1군 경험이 많은 최재훈을 넘어서는 기량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박세혁은 지난달 말 최재훈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1군에 등록되는 행운을 누렸다. 김 감독은 "수비가 좋고 타력이 약한 최재훈은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이런 포수는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 교체로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는게 어울린다. 하지만 박세혁은 스타일 자체가 꾸준히 기회를 줘야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기본 이상의 수비 실력을 갖춘데다 공을 맞히는 자질이 다른 포수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경기 전 "세혁이가 잘해줄 것을 믿는다. 걱정 안한다"는 김 감독의 바람대로 박세혁은 이날 화끈한 타격쇼를 보여줬다. 혼자 3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두산 공격의 선봉에 섰다. 올시즌 이전 11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는데, 한 번 안타가 터지니 열린 수문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듯 안타가 나왔다. 수비도 괜찮았다. 꽤 긴장될 법한 경기에서 노련하게 투수들을 리드하며 자신이 선발로 마스크를 쓴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박세혁은 당장 양의지가 돌아오면 다시 백업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또, 백업에 어울리는 최재훈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다시 2군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는 "앞으로도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