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박세혁은 백업 아닌 주전용"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06 08:49 | 최종수정 2013-05-06 08:49


5일 잠실야구장에서 '어린이날 빅매치' 2013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주전포수 양의지를 대신해 출전한 박세혁이 투수 노경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5.05.

"굳이 스타일을 가르자면 박세혁은 주전으로 써야 하는 선수다."

두산 주전포수 양의지의 가벼운 부상. 두산 김진욱 감독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양의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계기가 됐다. 신예 포수 박세혁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 때문이다.

두산과 LG와의 경기가 열린 5일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덕아웃의 화두는 포수 양의지의 출전 여부였다. 양의지는 3일 LG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상대포수 최경철과 부딪히며 뒤통수를 땅에 강하게 부딪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엔트리에서 빠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김 감독은 4일 경기에 신예 박세혁을 선발 출전시켰다. 5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의지가 경기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더라"는 농담을 하며 흐뭇해했지만 "오늘 경기만 끝내면 화요일까지 쉬기 때문에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며 또다시 박세혁 카드를 선택했다.

박세혁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1년 두산에 입단한 신예. 야구 실력보다는 왕년의 강타자 박철우(현 KIA 코치)의 아들로 이미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세혁 얘기가 나오자 야구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굳이 따지자면 2군에 있는 최재훈은 백업형 포수다. 하지만 박세혁은 주전으로 키워야 하는 포수"라고 밝혔다. 이미 1군 경험이 많은 최재훈을 넘어서는 기량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박세혁은 지난달 말 최재훈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1군에 등록되는 행운을 누렸다. 김 감독은 "수비가 좋고 타력이 약한 최재훈은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이런 포수는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 교체로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는게 어울린다. 하지만 박세혁은 스타일 자체가 꾸준히 기회를 줘야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기본 이상의 수비 실력을 갖춘데다 공을 맞히는 자질이 다른 포수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경기 전 "세혁이가 잘해줄 것을 믿는다. 걱정 안한다"는 김 감독의 바람대로 박세혁은 이날 화끈한 타격쇼를 보여줬다. 혼자 3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두산 공격의 선봉에 섰다. 올시즌 이전 11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는데, 한 번 안타가 터지니 열린 수문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듯 안타가 나왔다. 수비도 괜찮았다. 꽤 긴장될 법한 경기에서 노련하게 투수들을 리드하며 자신이 선발로 마스크를 쓴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박세혁은 "경기에 많이 출전하다 보니 여유가 생겼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3안타 경기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아버지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박세혁은 "아버지께서 스윙은 충분히 좋으니 자신있게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에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세혁은 당장 양의지가 돌아오면 다시 백업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또, 백업에 어울리는 최재훈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다시 2군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는 "앞으로도 선배들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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