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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삼성 선발을 살린 김태한 투수코치의 맞춤조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5-05 12:30 | 최종수정 2013-05-05 12:30


28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가 KIA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28.

삼성이 롯데에 2연승을 거두며 주중 넥센 3연전 스윕패의 충격에서 상당히 회복했다. 특히 승리의 내용이 팀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타선도 모처럼 활발히 터진데다가 무엇보다 선발 야구가 됐다. 3일 선발 로드리게스는 7이닝 4안타 1볼넷 6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고, 4일 선발 배영수도 6이닝 5안타 1볼넷 6삼진으로 2실점하면서 선발 4연승을 달성했다. 이 승리로 배영수는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승리를 거둔 두 투수가 한결같이 한 얘기가 있다. 바로 김태한 투수코치에 대한 감사였다. 물론 투수들이 승리를 따낸 뒤에 감독과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특별한 도움이 없었더라도 예의상 고맙다는 말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와 배영수의 케이스는 조금 달랐다. 왜 이들은 김 코치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남겼을까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로드리게스가 롯데 6회말 손아섭의 타구를 잡으려다 놓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5.03/
"전광판 돌아보지마!" 로드리게스를 일깨운 외침

우선 로드리게스의 경우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은 로드리게스는 3일 경기 이전까지 3경기에 등판했으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주자 견제와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아 1군 합류도 늦었는데, 설상가상 패전만 늘어나니 마음이 조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로드리게스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눈 인물이 바로 김태한 투수코치다. 투수들과 대화를 하고,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투수코치의 원래 임무지만, 오랫동안 불펜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김 코치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 그렇게 로드리게스의 마음을 다독여 구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던 김 코치가 로드리게스의 시즌 첫 승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 사건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타선이 너무 잘 쳐주면서 오히려 로드리게스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성이 생긴 것이다. 3일 경기에서 삼성 타자들은 1회초 공격 때 무려 7점이나 뽑았다. 2001년 9월 11일 대구 KIA전 이후 무려 12년만에 1회에 7점을 낸 것이다.

타자들이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아주면 선발투수는 힘이 난다. 그런데 이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너무 많은 점수차가 나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치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 코치가 이런 위험성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1회말 수비가 시작되기 직전, 로드리게스를 급히 따로 불러 말했다. "야, 절대로 뒤돌아서 전광판의 스코어를 보지 마라. 점수는 다 잊어버려!".

로드리게스는 이런 김 코치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본인 스스로도 왜 김 코치가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로드리게스는 7회까지 2점만 주면서 선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감격의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는 김 코치의 "전광판 보지마!"라는 조언이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김 코치는 "다른 투수였다면 그런 말을 굳이 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그전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해서 마음이 조급해져있었다. 거기에 타자들까지 7점이나 뽑아주지 흥분할 위험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점수를 잊으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심리상태까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조언도 나오기 힘들었다.

'에이스'에게는 원포인트 조언만

4일 선발승을 거둔 배영수 역시 승리 소감에서 김 코치를 언급했다. "불펜 피칭 때 김 코치님이 단점을 많이 보완해주셨다"며 호투 뒤에 김 코치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코치는 배영수의 어떤 단점들을 보완해준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앞서 김 코치가 그간 삼성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선수시절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 코치는 2003년 SK에서 은퇴 후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와 2005년부터 전력분석원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투수코치로 보직을 바꿔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삼성의 1군 메인 투수코치는 일본에서 건너온 오치아이 코치였다. 김 코치는 불펜코치로 오치아이 코치를 도왔다. 선수들과의 접촉은 오히려 김 코치가 더 잦을 수 밖에 없다. 불펜에서 1차적으로 투수들의 컨디션과 구위를 세밀히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이를 오치아이 코치나 류중일 감독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 그러다보니 김 코치는 마치 큰 형이나 어머니처럼 선수들을 품어왔다.

배영수 역시 2007년부터 오랜 기간 재활을 진행하면서 김 코치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김 코치는 "배영수는 '에이스' 아닌가. 에이스에게는 특별히 단점을 보완해준다기 보다는 과거 좋았을 때의 모습을 상기시켜주거나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자신이 크게 도운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과거의 좋았던 모습'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김 코치가 배영수를 가장 크게 도운 일이었다. 배영수는 올해 마치 2005~2006 삼성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을 이끌었을 당시에 보여줬던 '에이스'의 위용을 재현하고 있다. 초반 4연승으로 다승 공동 1위다. 여기에 김태한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지난 3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때 9회말 마운드에 오르는 오승환에게 공을 건네고 있는 김태한 투수코치.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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