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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점차가 나면 안심하시겠어요."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7점."
그걸 벤치에서 지켜보는 김응용 감독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그렇다고 신경질을 낼 수도 없다. 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최다승 감독이자 한국시리즈를 무려 10차례나 우승시킨 승부사다.
하지만 그런 김 감독은 9년 만에 지휘봉을 잡고 돌아온 벤치에서 그 어느 때보다 속을 태우고 있다. 한화의 투타 전력이 예전 그가 이끌었던 해태(현 KIA) 삼성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 중간에 한화가 조금 앞서 나가고 있어도 불안하다고 했다. 수비 실책과 불펜 불안으로 대량 실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 이렇게 초반에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팀 성적이 좋지 않다. 한화는 3·4월 22경기에서 5승16패1무를 기록, 8위를 마크했다.
그는 시즌 전에는 5득점 정도 하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팀 경기력이 떨어지자 두자릿 수 득점을 승리 안정권으로 생각했다. 팀 상황에 따라 승리를 위한 득점 마지노선이 달라졌다. 한화는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9대3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몇 경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바티스타, 이브랜드, 안승민 등으로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 김 감독은 "이브랜드도 계속 흔들리면 '고 홈(go home)'이다"면서 "좀더 많은 이닝을 던져주어야 한다. 힘이 달려서 더 많은 이닝은 못 던지겠다고 말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브랜드를 퇴출시키겠다는 건 아니다. 농담한 것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