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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과 얘길 해보면, '1년차 감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 만의 야구관이 확실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색적이었다. 캠프 시작부터 선수들에게 미리 "넌 주전이다", "올해 넌 백업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 보통 전지훈련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시범경기 때까지 '경쟁'을 강조하는 이전 감독들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였다. 주전과 백업에 맞는 시즌 준비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믿었다.
넥센은 시즌 초반 분명히 좋은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안정돼 있다. 염 감독이 노렸던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져가고 있다. 25일 현재 13승7패로 승률 6할5푼. 3경기를 덜 치른 1위 KIA(12승1무4패, 승률 7할5푼)에 1경기차 2위다. 지난해보다 더욱 놀라운 페이스다.
휴식에 있어서도 독특한 행보다. 선수들에게 '자율'을 강조했다. 스프링캠프 때 선수 개개인에게 '1일 휴식권'을 준 그다. 훈련의 효율성을 위해서였다. 몸상태가 안 좋거나, 집중이 안 되는 날. 훈련해봐야 소용 없다고 느끼는 날엔 과감히 쉬라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주축선수들에겐 스스로 훈련 일정을 짜도록 했다. 일정 궤도에 오른 선수는 '시켜서'가 아닌,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넥센은 26일부터 4일간 휴식을 취한다. 홀수구단 체제에서 발생하는 한 팀의 휴식. 이번 주말은 넥센의 올시즌 첫 휴식일이다. 염 감독은 이번 휴식기를 "다음달 17일부터 오는 두번째 휴식까지 100%로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현재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훈련에 집중하도록 했다. 선수는 타격 훈련, 수비 훈련, 러닝 훈련 등의 시간을 알아서 배분한다. 하루종일 방망이만 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그는 "이틀 쉬고 싶은 사람은 쉬겠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쉬라고 쉬는 선수들이 아니라고 했다. 염 감독은 "캠프 때도 그랬지만, 자율을 주면 이 정도 선수들은 알아서 한다. 그리고 원해서 하는 훈련에선 집중력이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훈련 방향대로 흘러간 캠프에 만족하면서, 휴식 때도 이를 적용하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염경엽호 넥센'은 분명 달라졌다. 과연 시즌 뒤 넥센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시즌 내내 초보 감독의 신선함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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