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선빈이 투수로 기용될 뻔한 까닭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20:39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KIA 마무리 앤서니가 팀이 6-4로 앞선 8회말 1사 3루에 등판해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승리를 지킨 후 선동열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17/

"안 되면 김선빈까지 마운드에 올리려 했지."

KIA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왜 마운드에 선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사실 이는 KIA 선동열 감독의 농담이다. 하지만 이 속에는 그만큼의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는 뜻이다.

발단은 24일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NC와 KIA의 경기에서 나왔다. KIA의 선발 소사가 4이닝도 못 버티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투수 물량전이 시작됐다. 불펜에 있던 박경태 박준표 임준섭 유동훈 진해수 최향남까지 줄줄이 투입된 것. 경기 스코어를 5-4로 뒤집자 8회 투아웃에는 마무르 앤서니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선 감독의 계산으로는 앤서니가 1⅓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앤서니는 9회 2사 2루에서 대타 조평호에게 우익수 옆을 흐르는 통한의 2루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앤서니를 계속 기용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연장전인 10회에 들어가자 불펜에는 서재응 양현종 김진우 등 선발 3명을 제외하곤 이대환 한 명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환은 승패와 관계가 없을 때 주로 나서는 이른바 패전조 투수. 최대 3이닝을 막아줘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선 감독은 "불펜에 남은 투수가 없어 솔직히 이대환이 위기를 맞아도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야수 가운데 혹시 한 명이라도 써야한다면 김선빈을 잠시 떠올렸다"고 웃었다.

김선빈은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로도 뛰었다. 선 감독은 "가끔씩 광주구장에서 훈련을 할 때 선빈이가 마운드에 서기도 한다. 구속이 140㎞까지는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가 1m65정도밖에 안되기에 공이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추임새도 곁들였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선 감독의 농담이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얘기도 된다. 선 감독은 "긴 이닝을 믿고 맡길만한 불펜 투수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긴 시즌을 보내는데 아무리 초반이라도 불펜 투수를 막 쓸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발과 마무리 모두 맡아봤지만, 가장 고생하는 보직은 역시 불펜 투수들이다. 그래서 반드시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며 "그래야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 감독의 머릿속에는 한 시즌 내내 지속될 투수 운영계획이 담겨 있다. "올 시즌 한번 일을 내보겠다"는 그의 말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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