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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타자, 4번이나 5번타자보다 중요한 자리다? 강한 2번타자가 주는 효과를 KIA를 통해 살펴보자.
여기엔 신종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타순 조정이 있었다. 그전까지 신종길은 김주찬의 자리였던 2번, 왼손투수가 선발일 땐 9번 타순으로 나섰다. 좌타자인 신종길이기에 2번과 9번 이동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KIA엔 그동안 테이블세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온 김선빈이란 자원이 있다. 이용규와 호흡을 맞춘 경험도 충분하다.
신종길은 지난 3일 한화전 도중 김주찬 대신 투입되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부터 5타수 4안타, 6타수 4안타, 4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3경기 연속 2번타자였다. 하지만 타순이 조정된 뒤론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롯데 좌완 유먼이 등판한 7일 경기에서 9번으로 옮긴 뒤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서 7번-6번-7번 타순에 배치됐다.
6번이나 7번은 중심타자의 뒤를 받히는 자리다. 신종길의 타격감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준급의 장타력을 갖췄기에 효과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제 수정, 보완하면 되는 법이다. 어차피 야구는 기나긴 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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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한 2번타자의 효과는 분명하다. 신종길이 맹타를 휘둘렀을 때, 그때 보여준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1번타자 이용규가 출루했을 때, 벤치에선 2번타자에게 어떤 주문을 할까. 확률을 따질 것이다. 희생번트를 댄다면 1사 2루. 아웃카운트가 생기고, 주자는 한 명에 불과하다. 선취점을 올리기엔 좋은 방법이지만, 대량 득점으로 이어가긴 힘들다. 1점이 우선인 것이다.
만약 2번타자가 우측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을 땐 어떨까. 1루주자는 물론, 타자주자 역시 빠른 발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 타구의 코스만 좋다면 무사 2,3루가 가능하다. 대량득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전 정한 타순대로 나오는 건 1회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이닝별로 시작하는 타순이 달라진다. 하위타순부터 찬스를 만들어 왔다면, 2번타자가 클린업트리오에 앞서 해결사로 나설 수도 있다. 신종길은 3일과 4일 한화전에서 6타점, 4타점을 쓸어 담은 바 있다.
KIA 김용달 타격코치는 "강한 2번타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빅이닝'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한 번에 많은 점수를 몰아서 내려는 것이다. 보내기번트는 잘해야 1점이지만, 2번타자의 능력만 받쳐준다면 2,3점이 순식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 빅이닝이 나오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어느 팀이나 2번 타순에 빠르고 선구안 좋고 힘 있는 타자를 배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선수는 3번에 가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2번타자가 4번이나 5번타자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아직 KIA 타순은 고정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조합을 시험하면서 정착해가고 있는 단계다. 개막 후 이범호-나지완-최희섭의 클린업트리오가 금세 자리를 잡은 경험이 있다. 충분한 자원, 여전히 호랑이군단의 방망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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