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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이대로 두고볼 수 없다.'
2013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는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추세에 대해 각 구단 사장단이 큰 공감대를 표시하며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비록 시즌 초반의 현상이지만, 구단 수뇌부들이 간과하지 않고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들 주요 안건과 별도로 이날 이사회에서 모든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주제가 있었다. 구 총재를 비롯해 10개 구단의 사장단이 공통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인 주제는 바로 '프로야구 인기 하락 현상'이었다. 특히 현재 1군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9개 구단 대표들은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현상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며,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큰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던 두산 김승영 사장은 10일 광주구장에서 기자와 만나 당시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이날 이사회의 모든 참석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개막 후 전패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한화의 정승진 사장이나 NC의 이태일 사장 등은 타 구단 사장들에게 난관 타개책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당장 자기 팀의 성적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프로야구 전체의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과 책임감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관중 증가세를 기록해오며 최고의 중흥기를 누렸다. 이 기간의 프로야구는 각 구단들의 치열한 순위싸움과 감독 간의 라이벌 구도, 이로 말미암은 전반적 기량 향상, 또 수많은 스타플레이어의 등장 등으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우뚝 섰다.
더불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이 기간에 열렸던 국제대회에서의 선전도 관중 폭발의 큰 원동력이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2012년도에는 정규시즌 총 관중 715만6157명으로 '7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기도 했다.
그러나 '750만 관중'을 목표로 내건 올해 초반의 야구장 분위기는 매우 싸늘하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롯데가 개막전부터 4연속 관중 매진에 실패하는 등 전반적으로 관중이 예년에 비해 급속도로 줄었다. 실제로 NC 다이노스의 합류로 프로구단은 9개로 늘어났지만, 관중은 지난 9일을 기준으로 2012년 41만3924명에서 올해 35만3184명으로 무려 15%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지난 3월초에 열린 제3회 WBC에서 국가대표팀이 1라운드에 탈락하는 악재도 있었고, 예년보다 개막이 빨라 추운 날씨에 경기를 하게 된 것도 관중 몰이 실패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특히, 잦은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의 남발 등 프로야구 수준의 전반적 하향 평준화도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관중 감소추세가 단지 시즌 초반의 일시적 현상에 국한된 아니라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김 사장은 "WBC의 성적 부진이나 최근의 쌀쌀한 날씨, 그리고 야구 수준의 전반적인 저하 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각 구단 대표들도 프로야구 인기 저하와 관중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곧바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점 인기가 식어가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구단 최고위층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큰 의미를 지닌다. 사장단에서 논의가 된 만큼 향후 각 구단들의 운영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관중 감소추세를 막기 위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야구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과연 이런 대책들이 식어가는 프로야구의 인기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