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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잘하는 선수는 알아서 상황에 맞춘다."
올시즌 잠실구장에선 유독 실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10일 경기까지 기록된 실책만 20개다. 경기 수의 차이는 있어도 유독 잠실에 '실책 바이러스'가 두드러져 보인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속출하는 실책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잠실구장은 비시즌 때 새단장을 마쳤다. 내야 그라운드 흙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흙을 공수해왔다. 홈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10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LG 김기태 감독은 "땅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을 비롯해 LG와 두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흙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바뀐 흙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땅이 좋다고들 하는데 바운드가 좀 빨라진 부분은 있다"며 "하지만 땅이 바뀌면 바뀐 데 맞춰야 한다. 옛날엔 더 안 좋은 상태에서도 경기를 했다. 그리고 경기장이 매번 달라지는데 항상 그 상황에 맞게 했다. 천연잔디나 인조잔디. 또는 그라운드가 푸석푸석하든, 딱딱하든 거기 맞추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어차피 수비 잘하는 선수들은 그라운드 상황에 알아서 맞춘다. 잘 하는 선수는 구장의 특색을 감안해서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LG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홈구장의 이점을 더 활용했으면 했지 이게 약점이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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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직 새로운 흙이 자리를 잡지 못해 생긴 문제다. 사실 지난해 잠실구장의 불규칙 바운드는 흙 자체가 좋지 못해 생겼다. 땅볼 타구 하나만 지나가도 땅이 변했다. 반면 지금은 경기 도중 스파이크에 일어나는 흙이 많다. 자고로 흙은 밟으면 밟을수록 단단해지는 법이다. 야구장의 흙 역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타구의 속도가 빠른 건 바뀐 흙의 특성 때문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본디 쉽게 파이지 않고 단단한 흙이다. 잔디에서 흙 부분으로 넘어왔을 때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작년까지는 흙이 고르지 않아 불규칙 바운드가 생겼다. 흙의 질만 생각하면, 불규칙 바운드가 생길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훨씬 적다.
현재의 그라운드 컨디션에서 실책을 줄이려면 바운드를 줄여 잡는 해법이 있다. 잔디에서 흙으로 넘어올 때 한 발자국 앞서 수비해 바운드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만한 스킬과 자신감이 뒤따라야 하는 수비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