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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마음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나 겉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다.
이어 김 감독은 "승패는 감독이 책임진다. 덕아웃에서 편하게 웃으면서 하자고 했다. TV 화면에도 우리 덕아웃은 어둡게 나온다고 한다. 삼진 10개를 당하든, 에러 10개를 하든 빼지 않을테니 웃으면서 하자고 말해줬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웃자"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신인 포수 한승택이 데뷔 첫 안타를 칠 거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했단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승택이가 오늘 첫 안타를 칠 거라고 하셨다. 만약 치게 되면 그 공에 내가 공인 사인을 해줄 것이다. 만약 홈런을 치면 인터넷 경매에 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어 "기자회견해라. 안타치겠다고"라며 한승택을 취재진쪽으로 불렀다. 쑥스러운 듯 망설이던 한승택은 기자들에게 다가오더니 "오늘 안타 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어쨌든 김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웃음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제자인 KIA 선동열 감독은 "원래 선수들에게 직접 말씀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 1년에 한 두번 정도 미팅을 해도 '잘하자' 정도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 적은 없었다"고 했다. 9년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의 달라진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