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박찬호가 류현진에게 던진 조언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4-03 19:11


KIA 선동열 감독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보고 나서 당당하게 적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맞으면서 많이 배웠을 것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역사적인 날, 팬들 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감독, 선수들도 TV를 통해 그의 투구를 관심깊게 지켜봤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⅓이닝 10안타 3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데뷔전에서 패전을 안았다.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라는 부담 속에 류현진은 초반 투구 밸런스 불안을 드러내며 많은 안타를 내줬다. 국내 야구인들은 어떻게 봤을까.

중계를 통해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본 KIA 선동열 감독은 "데뷔전이니까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1회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못받아서 그런지 낮게 제구력이 안됐다"며 "전체적으로 공이 높더라. 그래도 우리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렇지 6⅓이닝 1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으면 잘한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선 감독은 경기후 류현진의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선 감독은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닌데 인터뷰때 당당했으면 한다. 국내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게 선배로서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선 감독은 "부담에 관해서는 주니치에 있을 때 호시노 감독이 이런 얘기를 해줬다. '너 뒤에 태극마크가 있다고 생각지 말고, 너 자신과 싸워 이기겠다는 생각을 해라'라는 거였다. 현진이도 오늘 우리나라의 류현진이이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 부담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 경기는 그런 마음 떨쳐버리고 개인 류현진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류현진은 이날 공격적인 피칭을 하며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했으나, 지나치게 스트라이크존을 의식하는 바람에 무려 10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이 부분에 대해 선 감독은 "안타는 많이 맞았지만, 위기관리능력은 좋았다. 그러나 초반 밸런스가 안좋았다. 오른쪽 어깨가 열리고 제구가 잘 되지 않은 것은 힘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게 부담감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박찬호 역시 데뷔전을 치른 류현진을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이날 한화의 유소년야구단 창단식 참석차 대전구장을 방문했다. 박찬호는 "일이 있어서 중계는 못보고 문자로만 확인했다"며 "오늘 많이 맞은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것이다.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떻게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안맞으면 공부가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찬호는 "나도 데뷔전부터 124승을 올린 경기까지 한상 긴장했다"면서 "어제 커쇼가 잘 던져서 오늘 상대 타자들이 집중력과 동기부여가 잘 돼있었을 것이다. 그런 타자들을 상대해 패한게 아쉽지만, 데뷔전을 진게 길게 보면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용기도 북돋워줬다.

박찬호는 또 "자신이 안좋을 때 소통하는 친구가 빨리 생기면 적응이 더 빠를 것이다. 투수코치나 다른 선발투수들이 그런 친구가 될 확률이 높은데 그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운동하고 대화하면서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된다"며 팀동료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KIA 서재응 역시 "현진이가 한국에서 하루 10안타 맞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아마 거기 가서는 여러번 있을 수 있다. 첫 게임에서 많이 느꼈을 것이다"며 "치고나서 전력질주 안한 것 때문에 말이 있는데, 완전 전력질주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걸로 욕먹을 이유는 없다. 오늘 현진이는 긴장했다기 보다는 야구장 시설이나 관중 문화 등 분위기 면에서 흥분이 좀 됐을 것이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박찬호는 류현진에게 "팀내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빨리 생겨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창원=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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