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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어게인 2010' 가능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03 15:33


9일 광주구장에서 한화와 기아의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렸다.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09/

출발이 나쁘지 않다. KIA 우승의 '히든카드' 양현종이 시즌 첫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첫 경기의 결과를 두고 벌써부터 전체 시즌에 대한 향방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성급한 일이다. 2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양현종에 대해서도 올해 성공과 실패를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급한 해석이 아닌 눈에 나타난 현상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양현종이 지난 2년간의 모습과는 달라졌고, 나아가 2010시즌 때의 좋았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되찾은 강견, 더불어 얻은 고정 선발

양현종은 최근 2년간 부진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1시즌에는 28경기에 나와 7승9패 평균자책점 6.18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28경기에 등판해 겨우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5밖에 남기지 못했다.

양현종이라는 인물이 그저 그런 B급 투수였다면 '아직은 기량이 부족하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양현종이 누구인가. 2010년 16승(8패)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승리를 거뒀던 A급 선발투수였다. 좌완투수로 150㎞에 육박하는 묵직하고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요원이라는 점만으로도 양현종은 어떤 팀에서든 대접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양현종은 2010시즌 이후 급격히 기량이 퇴보하고 말았다. 직접적인 요인은 어깨 부상 때문이다. 2010시즌 후 어깨 쪽에 탈이 생기면서 2011시즌에 첫 난조를 경험했던 양현종은 2012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또 어깨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전력을 기울일 수 없었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어떤 선수든 일단 몸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면 제 기량을 보여주기 힘들다. 그러는 과정에서 악순환이 나타난다. 우선 몸이 아프고, 다음으로는 기량이 저하된다. 그러면 성적이 나빠지고, 마지막으로는 자신감을 잃게되는 악순환이다. 지난 2년간 양현종은 바로 이 악순환 속에서 허덕였다.


스스로도 이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2011시즌 중 홈경기가 끝나고 불꺼진 어두운 광주구장 불펜에서 밸런스를 되찾기 위해 홀로 섀도 피칭을 하는 양현종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종의 이런 노력은 좀처럼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로 인해 양현종 역시 자신감을 크게 잃었다. 그러느라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양현종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드디어 양현종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난 듯 하다. 일단 어깨 상태가 전처럼 싱싱해졌다. 성실하게 훈련에도 임했고, 특히 선동열 감독이 일찍부터 양현종을 '키플레이어'라 부르며 선발로 고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현종 역시 강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부진했지만, 양현종은 얼마든 10승 선발이 될 만한 재목이다. 그런 재목이 부상에서도 벗어났고, 자신감도 되찾은데다, 지휘관의 신임까지 얻었다. 지난 2년과는 당연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응답하라 2010, 두 자릿수 승리를 위하여

양현종은 시범경기에서부터 이런 변화를 예고해왔다. 3월 9일에 열린 한화와의 첫 번째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부터 이미 양현종은 이미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시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왔는데, 이는 양현종의 어깨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교한 콘트롤을 앞세우는 유형이 아닌 양현종에게 직구 구속과 구위의 회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곱상한 외모나 상대적으로 다소 여린 듯한 체구와는 달리 양현종은 마운드에서 터프한 스타일이다.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눌러 제압하는 유형에 가까운 투수다. 그런 양현종에게 묵직한 직구는 필수요소.

만약 어깨 통증으로 인해 구속이 저하되거나 볼회전수가 감소하면 금세 장타를 허용하거나 볼넷을 남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바로 지난 2년간의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직구가 살아난 양현종은 상대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이 좋은 예다. 양현종은 이날 초반 꽤 얻어맞았다. 1회 1사 후에 한화 중심타선에 연속 3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고, 3회에도 볼넷과 안타로 1, 3루 위기를 자초한 뒤 김태완에게 적시 2루타 또 김태균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2점을 허용했다.

공교롭게 되살아난 직구가 문제였다. 한화 타자들도 양현종이 되살아난 직구를 주로 던질 것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직구를 공략해 양현종을 괴롭혔다. 초반 난타의 이유다. 그러나 양현종-차일목 배터리가 이를 알아차리고 패턴을 살짝 바꾸자 한화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4회부터 양현종은 슬라이더의 구사 비중을 높이면서 한화 타자들을 제압했고, 결국 초반 투구수가 많았음에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양현종의 2013시즌 스타트는 이렇게 비교적 산뜻했다. 선 감독이 밝힌 대로 양현종은 올해 붙박이 선발로 해야할 일이 참 많다. 무거운 책임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첫 출발이 괜찮았으니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듯 하다. 이제는 '어게인 2010'만 보며 가는 수 밖에 없다. 데뷔 후 최다승을 달성했던 2010년 당시의 모습만 되찾는다면 양현종이 KIA 마운드의 진짜 키플레이어가 될 날도 곧 찾아올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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