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주장은 '2경기만 놓고 LG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고 해서 LG의 이번 시즌이 장밋빛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희망적인 요소는 가득하다. 그 중심에는 김기태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있다.
SK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는 누구일까. 1차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정성훈이 있고 2세이브를 챙긴 봉중근도 있다. 하지만 결국 LG 야구의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건 새 얼굴인 문선재, 정주현 등의 활약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도박이 아니었다. 개막을 1주일 앞두고, 두산과의 시범경기를 마친 후 김 감독은 일찌감치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문선재가 1루수로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용택, 이진영, 오지환 등 주축 타자들이 모두 좌타라인인 LG를 상대로 상대팀이 좌완 선발을 투입할 것에 대비한 카드다. 실제로 SK는 레이예스와 세든을 내세웠다. 이어지는 주중 3연전에 넥센은 밴헤켄과 강윤구를 올린다. 정주현도 문선재와 마찬가지다. 좌익수에 이병규(7번)가 투입될 수 있지만 김 감독은 정주현 카드를 밀고나갔다.
단순한 좌-우 놀이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준 두 사람을 믿었다. 정의윤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이 LG의 미래로 점찍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의윤도 LG의 호화 외야 라인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SK와의 개막전에서 천금같은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좌타자 일색인 LG가 살기 위해서는 정의윤이 살아야 한다는게 김 감독과 LG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희망적인 이유가 있다. LG는 그동안 환상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1번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들 재능이 뛰어났다. 모두들 자기 스윙을 했다. 하지만 올스타로 라인업을 짠다고 해서 이길 수 없는게 야구다. 3, 4번타자가 시원하게 스윙을 하면 상위타선, 하위타선 등은 각자 할 역할이 있다. 김 감독의 주도로 LG 야구가 바뀌고 있다. 문선재, 정주현, 현재윤 등 새롭게 등장한 선수들이 숨은 주인공이다. 하위 타선에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팀배팅을 하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한다. 수비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팀 전체에 짜임새가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넥센과의 3연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SK전에서 보여준 끈끈함이라면, LG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