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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팬들이 낯선 '이기는 야구'에 대처하는 법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27 09:43 | 최종수정 2013-03-27 09:43


롯데팬들은 조만간 롯데 자이언츠의 '이기는 야구=재미없는 야구'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2013시즌 지향점은 '이기는 야구'다. 김시진 롯데 감독이 지난해말 새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 얘기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임 시절(2008~2010년)을 통해 오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당시 화끈한 '공격야구'로 롯데 팬들의 답답한 속을 확 풀어줬다. 이후 양승호 감독(2011~2012년)을 통해 공격야구에서 이기는 야구 쪽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불펜이 강해지면서 뒷문이 불안해 무너지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무게중심이 타자 쪽에서 마운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올해 롯데 야구는 '재미있는' 경기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속 시원한 홈런포가 줄 것이다. 또 라인업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빠졌다. 그동안 롯데의 얼굴 마담으로 통해 홍성흔이 두산으로, 김주찬이 KIA로 떠났다. '빅마우스' 홍성흔이 없는 롯데 덕아웃은 '데시벨'이 줄었다. 부산팬들이 한눈에 알아볼 간판 얼굴이 없어졌다. 홍성흔이 빠지면서 롯데의 장타력도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롯데에서 59홈런을 쳤다. 날쌘돌이 김주찬의 이적으로 롯데는 1번 타자와 빠른 발을 잃었다.

팬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경기는 '이기는 야구+재미있는 야구'다. 그런데 둘을 적절히 배합하는게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2000년대 후반 우승을 거의 독차지했던 김성근 감독의 SK는 철저하게 이기는 야구를 했다. 많은 불펜을 투입했다. 경기 시간이 평균 보다 길었다. 일부에선 SK 야구가 재미가 없다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SK는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우승, 2000년대를 군림하는 듯 했던 '삼성 천하'에 급제동을 걸었다. SK는 2007년, 2008년, 그리고 2010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이 2011년과 지난해 통합 챔피언에 오른 것도 재미있는 야구 보다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운 이기는 야구에 가까웠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우승을 못한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는 롯데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5년 연속 '가을 야구'를 했다.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었다. 21년전 얘기다. 롯데팬들이 우승을 바란지 이미 오래다.

롯데는 올해 이기는 야구를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팬들은 지난 20년 동안 롯데의 사연많은 야구에 울고 웃었다. 꼴찌를 밥먹듯 했던 2000년대 초반은 그 넓은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을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당시 롯데 야구는 이제 끝났다는 참담한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딘 롯데는 거포 이대호(오릭스)와 대표팀의 안방마님 강민호 등을 키워냈다. 고질적인 마운드 불안을 순차적인 리빌딩을 통해 삼성에 견줄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롯데가 올해 보여줄 이기는 야구는 마운드를 앞세운 '지키는 야구'다. 타자들이 호쾌한 방망이쇼를 보여주기는 어렵다. 시범경기에서 최소인 31득점(11경기)에 그쳤다. 홍성흔과 김주찬의 빈자리는 금방 메워지지 않았다. 둘에 맞먹는 대체재 발굴은 시간이 걸린다.

대신 11경기에서 30실점했다. 팀 평균자책점이 2.34으로 9개팀 중 가장 낮았다. 이 시범경기 데이터가 전부일 수는 없다. 이미 롯데 마운드는 지난해 삼성에 맞먹을 정도로 탄탄했다. 그 바탕 위에 옥스프링 김승회 홍성민 조정훈이 가세했다. 선발, 중간 불펜, 마무리에 쓸만한 투수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지키는 야구를 할 준비가 됐다. 타자들이 리드하는 점수를 뽑아주면 불펜에서 투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타자로 승부를 볼 수 없다고 판단되면 투수 엔트리 숫자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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