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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수들 간에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포지션을 맡은 여러 선수가 한정된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보면 개인의 기량 뿐만 아니라 팀의 힘도 함께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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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뜨거운 경쟁 구도는 지난 2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잘 나타났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다. 원래 이날 경기 선발 포수는 '캡틴' 김상훈이었다. 김상훈은 오랜 친구인 투수 서재응과 호흡을 맞춰 특유의 노련한 리드를 보여줬다.
김상훈의 안정감 있는 리드는 서재응을 편안하게 해줬고, 결국 6이닝 동안 서재응이 5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하며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서재응 스스로도 "김상훈이 리드를 잘 해줘,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운드에서 편안하게 다양한 것들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경쟁자들은 기회를 마주할 때마다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우선은 차일목. 차일목은 7회초 1사 2루에서 김상훈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LG 두 번째 투수 이동현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날렸다. 이어 7회말 수비 때는 KIA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좌완 손동욱과 호흡을 맞춰 1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보조했다. 차일목 역시 유력한 개막 엔트리 포함 후보다.
다음은 이성우였다. 8회초 1사 1루에서 차일목의 대타로 등장한 이성우는 LG 류택현의 2구째를 받아쳐 역시 좌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그간 안정적인 리드로는 인정을 받으면서도 늘 취약한 타격 때문에 주전 자리를 놓쳤던 이성우가 모처럼의 기회에서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선 감독도 인상이 깊었는지 다음날인 22일 이성우에게 "성우야, 너 얼마만에 홈런 친거냐"라고 물어볼 정도. 이에 대해 이성우는 "2008년에 한 번 쳤던 것 같습니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이성우는 2008년 10월 2일 광주 SK전 때 홈런을 날린 뒤 5년간 홈런을 치지 못했었다.
마지막으로 강귀태도 한 방 날렸다. 강귀태는 15-3으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9회초 선두타자 타석 때 대타로 나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리며 추가점의 기틀을 마련했다. 강귀태마저 안타를 치면서 이날 포수들에 대한 선동열 감독의 대타 작전은 100% 성공률을 기록하게 됐다. 감독 입장에서는 강귀태의 타격 역시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21일 현재 이들 네 명의 타율은 각각 김상훈 2할(8경기 10타수 2안타) 차일목 2할8푼6리(7경기 1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 이성우 5할(8경기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강귀태 2할5푼(5경기 4타수 1안타 1타점)이다. 일단 김상훈과 차일목이 가장 많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정규시즌 1군 포수 엔트리는 보통 2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 과연 이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지 주목된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