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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텍사스레인저스 볼파크에 차려진 전지훈련장에서 2013년을 대비한 힘찬 담금질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히어로즈 이강철 수석코치와 염경엽 감독이 10일 오전(한국시간)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0/ |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등록선수가 590명이었는데, 광주일고 출신 선수가 36명이었다. 광주일고는 2위 경남고(26명)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3월 18일 현재 KBO 등록 선수 556명(외국인 선수 17명 포함) 중에서 광주일고 졸업생이 28명이다. 22명이 이름을 올린 부산고를 제치고 올해도 1위다. 서재응과 최희섭 김상훈(이상 KIA) 김병현 강정호 서건창(이상 넥센) 이호준(NC) 정성훈(LG) 등 광주일고 출신들이 소속팀의 주축이다. 2000년대 초중반 서재응과 최희섭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을 때 미국 언론에서 "어떻게 한 고교팀에서 세 명의 메이저리거를 동시에 낼 수 있느냐"며 관심을 보였던 광주일고다. 1923년 창단된 광주일고 야구부는 선동열 이강철 이종범 등 한국야구를 빛낸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올시즌 프로야구 9개 구단 사령탕 중에서 선동열 KIA 감독(50),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45), 김기태 LG 감독(44)이 광주일고 동문이다. 전국 50여개 고등학교 야구팀 중에서 광주일고 출신 야구인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력이 남다르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야구도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고, 또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로 나타난다.
서재응은 "지역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정신력이 강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이런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이런 정신력을 바탕으로 다른 학교팀보다 어려운 훈련을 잘 이겨냈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과 이종범 이호준도 정신력을 이야기 했다. 염 감독은 "스카우트로 있을 때 여러 고교팀을 체크해 봤다. 확실히 멘탈 면에서 광주일고와 다른 팀은 차이가 있었다. 광주일고 선수들이 다른 학교 선수에 비해 악착같이 야구를 한다"고 했다. 이종범은 "기질적으로 개인훈련을 열심히 많이 한다. 체력적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근성이 있다. 지도자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기본기를 중요시하면서 가르친다"고 했다.
광주지역 특유의 강한 정신력이 광주일고의 전통에 녹아 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호준은 사회경제적인 면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 전라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야구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절실했던 것 같다. 그런 게 전통이 돼있고, 그래서인지 선후배 관계도 굉장히 세다. 엄격한 고교 생활을 이겨내고 프로까지 온 선수들은 엄청난 정신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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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기아의 경기를 앞두고 한화 이종범 코치가 외야 수비훈련을 위해 펑고를 날리고 있다. 광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10/ |
그럼 광주일고 출신이 아닌 야구관계자들은 광주일고 출신 선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우수자원이 광주일고에 집중되는 지역 특성을 꼽았다. 김인식 위원장은 "대구에는 대구상고와 경북고, 부산에는 경남고와 부산고, 서울도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선수가 몇개 학교로 분산이 된다. 그러나 광주에도 광주일고 외에 진흥고와 동성고(광주상고)가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일고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김인식 위원장은 광주지역 유소년 야구가 전통적으로 강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체고(전남체고) 출신인 윤기두 KIA 운영실장은 강한 유소년 야구, 치열한 경쟁이 광주일고 야구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광주지역 초등학교 팀은 7개, 중학교 팀이 4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대다수가 팀의 선수가 30명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지역 초등학교는 야구부원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10명을 겨우 넘기는 데가 많고, 일부 학교는 출전 선수 9명을 채우지 못해 일반 학생을 급하게 수급해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그만큼 광주지역의 야구 열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윤기두 실장은 "동성중은 동성고, 진흥중 졸업생은 거의 진흥고로 진학한다. 그런데 광주일고에는 무등중, 충장중은 물론, 전남의 다른 지역 출신까지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했다. 우수한 자원이 몰린다는 얘기다. 이종범 코치도 "광주일고가 강한 이유는 예전부터 선수층이 두터웠기 때문이다"며 윤기두 실장의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우수한 선수가 모여 치열하게 경쟁을 하게되면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재응은 "광주에서 축구같은 다른 종목이 유명했다면 그쪽으로 분산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로지 야구에만 몰렸다"고 했다.
광주에서 운동은 곧 야구를 의미했다. 김인식 위원장은 "광주지역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시키려는 생각이 강하다. 야구를 통해 아이를 성공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타이거즈의 영향을 컸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사회경제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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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주구장에서 한화와 기아의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렸다. 기아 선발 양현종에 이어 6회부터 등판한 서재응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09/ |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은 전통의 명문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유명 스타로 성장한 선배들의 존재가 광주일고 출신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은 "좋은 선배들이 워낙 많다보니 그 선배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운동을 해 저렇게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훈련량도 다른 팀에 비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유명 스타 선수들은 꼭 닮고싶은 롤모델 역할을 했다.
이종범 코치는 "어린 친구들이 이름있는 선수들을 보며 많은 꿈을 키웠다. 때로는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배들이 학교에 찾아와 후배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그러는데, 후배들이 많은 걸 배우게 된다"고 했다.
서재응은 고교시절 선배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선동열 감독과 이강철 코치, 이종범 코치같은 선배들이 종종 학교를 찾았다. 함께 직접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나도 저 선배처럼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곤 했다"고 했다. 서재응은 힘든 겨울훈련 때면 선배들을 기다렸다고 했다. 선배들이 오면 오전에만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선배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고 했다. 슈퍼스타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자부심이 생겼고, 확실한 목표 설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광주일고 출신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이호준은 "난 어딜 가도 광주일고 나왔다 얘기한다. 그 정도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재응은 "광주지역에서는 광주일고가 최고였다. 누구나 선망을 했다"고 했다.
선수에 대한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염경엽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고교시절 개인장비를 개인비용으로 구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와 동문회에서 적극적으로 야구부를 지원한 덕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뛰어난 자원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