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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은 왜 9라운드 신인 권희동을 점찍었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3-21 06:13


"지금 좌익수로 옮긴다고? 쉽지 않을 걸."

NC 김경문 감독의 한 마디. 최근 모창민을 1루수로 전화시키면서 1루수 경쟁을 펼친 좌타자 조영훈과 우타자 조평호의 활용법에 대한 얘기가 한창일 때다.

모창민이 붙박이 1루수가 될 경우, 기존에 좌-우 플래툰으로 기용될 것 같았던 조영훈 조평호는 자리를 잃게 된다. 사실 김 감독은 둘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스프링캠프 때 둘에게 좌익수 훈련을 지시했다. 한 명은 좌익수, 한 명은 1루수로 기용하거나 경기 도중 효율적인 대타 활용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 둘의 좌익수 전환은 없던 일이 됐다. 어쩔 수 없이 타선이 약한 신생팀의 한계. 결국 수비가 강해야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주일 만에 3루수 모창민을 1루수로 전환시키면서도 김 감독은 "좌익수는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신인 권희동'의 존재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 때 권희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기회를 줬다. 자체 청백전은 물론, 타구단 그리고 한국과 대만 대표팀과의 연습경기, 마지막으로 시범경기까지. 단 한 차례도 권희동을 빼고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권희동은 붙박이 좌익수였다.

타순도 점점 올라갔다. 이젠 아예 4번타자 이호준 바로 뒤에 나오는 5번타순이다. 당당히 클린업트리오에 들었다. 20일 현재 시범경기 8경기서 26타수 9안타로 타율 3할4푼6리.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팀내 타율 1위다. 4타점을 올리며 타점은 이호준(5타점)에 이어 2위다.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NC와 넥센의 경기가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NC 김경문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0/
우투우타인 권희동은 경주고-경남대를 졸업하고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드래프트 끝자락에 지명된 것이다. 권희동은 독특한 타격폼을 갖고 있다. 몸을 한껏 움크린 채 배트를 어깨에 대고 있다 빠르게 배트가 나온다. 상체를 숙이는 자세 탓에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릴 수도 있지만, 권희동에게 그런 단점은 없다.

코칭스태프는 이런 권희동에게 왼쪽에 거대한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원래 가진 자질만 뛰어난 게 아니다. 그만큼 노력을 한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묵묵히 캠프를 치렀다. 김 감독이 권희동을 믿고 기회를 주는 이유다.


김 감독은 "기회를 준 게 아니다. 본인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그리고 분명히 자기 걸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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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동은 대학교 3학년 시절 이미 NC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창단 후 처음 단체훈련을 시작한 전남 강진 베이스볼파크서 경남대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당시 3학년이던 권희동은 큼지막한 홈런을 날렸다.

김 감독은 "타격폼이 독특해서 눈이 갔다. '저 친구 참 특이하네'하는데 홈런을 치더라. 힘이 좋아서 넘어간 건가 싶어서 경남대 감독에게 물었다. 그런데 감독이 '잘 한다', '화려하다' 등의 말을 하지 않고, '자기한테 주어진 역할을 해낸다'고 말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대학교 때 홈런을 잘 치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정작 찬스가 왔을 때 타점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근데 희동이는 그 역할을 잘 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힘이 좋은 게 아니라, 팀이 필요로 할 때 좋은 코스로 타구를 보내 점수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권희동에 대해 "지금 너무 잘 하면 안 되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타팀 투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하위라운드지만 권희동은 입단 후 순식간에 '김경문의 남자'가 됐다. 과연 김 감독의 바람대로 정규시즌 때 '자기 것'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을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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