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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징크스는 깨자."
시즌 초반에는 우승팀답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빌빌대다가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접어들면 바짝 치고올라간다.
결국에는 우승이라는 최고점에 도달한다. 이 때문에 삼성은 물론 다른 팀들도 삼성의 초반 부진에 대해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이라는 팀을 두고는 "저러다가 결국에는 상승한다"는 기본적인 믿음과 경계심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시즌처럼 올시즌에도 슬로 스타터의 기질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런 행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류 감독은 남은 시범경기 동안 중간계투진을 점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부상중인 권오준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떠난 정현욱의 공백을 메워줄 자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야구 해설위원 등 주변 전문가들 모두가 삼성의 올시즌 관전 포인트가 권오준-정현욱의 공백 메우기라고 하니 류 감독으로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 시범경기에서 드러내고 있는 단점은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타선도 좀처럼 강인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16일 넥센전에서 한 경기 최다안타(11개)를 기록하며 서서히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5회에 7점을 쓸어담았는데 이래서는 안된다.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매이닝 찬스를 만들어내고 꾸준히 득점하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꾸준히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올시즌 전체 구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삼성이 그동안 초반에 서서히 달아올랐다가 나중에 성공하는 기분좋은 징크스가 있는데 이것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결과가 좋았으니까 별 말이 없었지 항상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류 감독은 요즘 선수단 미팅을 할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이자"라고 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정상에 도달하자는 것이다. 류 감독은 올시즌 가뭄 끝에 쏟아붓는 집중호우가 아니라 가랑비 전략을 선택했다.
삼성이 올시즌 기분좋은 징크스를 스스로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