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KIA '김주찬 효과'의 실체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3-17 09:35 | 최종수정 2013-03-17 09:35


KIA 김주찬이 지난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호쾌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10/

시범경기부터 그 실체가 나타나고 있다. 김주찬의 가세로 인해 발생한 시너지 효과가 KIA의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른바 '김주찬 효과'다.

KIA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4연승을 거두며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무패팀끼리의 맞대결이었던 지난 16일 광주 두산전에서도 6회까지 0-2로 끌려가다 7회말 터진 안치홍의 역전 장외 스리런홈런 덕분에 3대2로 신승을 거뒀다.

아무리 승패의 의미가 적은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편이 좋다. 승리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면서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지 않는 선동열 감독 역시 "아무래도 이기는 쪽이 팀으로서는 한결 낫다"고 말한다.

이같은 연승 흐름의 비결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을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김주찬 효과'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50억 사나이' 김주찬이 팀 타선에 가세하면서 기본적인 팀 공격력이 한층 단단해졌다는 게 팀내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김주찬 효과'의 실체는 과연 어떤 것일까.


KIA 리드오프 이용규가 지난 9일 광주구장에서 한화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번트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09/
초음속 테이블세터진, 잔칫상을 차린다

일단 먼저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김주찬의 영입 효과는 현재보다는 본격적인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시범경기 기간은 그저 예고편일 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타 팀의 경계도도 정규시즌보다는 다소 느슨하겠지만, 김주찬을 비롯한 KIA 타선 역시 100% 힘을 쏟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김주찬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열쇠'의 봉인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사실 김주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열쇠가 바로 이용규다. 국내 최고의 리드 오프인 이용규가 100%의 컨디션으로 김주찬과 함께 경기에 투입될 때 비로소 진정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용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여파로 인해 현재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휴식을 취하다 지난 1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부터 조금씩 시동을 켰다.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아직 안타는 기록하지 못한 대신 볼넷은 3개를 얻어냈다. 컨디션이 최저점 가까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주찬과 함께 타선에 들어선 것도 이제 겨우 2경기일 뿐이다.


이렇게 이용규의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번 이용규-2번 김주찬'이 뿜어내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러운 조합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야 수비진은 일단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언제 누가 어느 시점에 치고 달리며 내야를 흔들 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역대 최강의 테이블세터진이 주는 위압감이다.

이순철 수석코치는 "두 선수로 구성된 테이블세터진이 많은 득점기회를 제공하게 되면 부상에서 돌아온 중심 타자들도 한층 집중력있는 타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찬 역시 "우리 둘이 함께 나가면 상대방은 무조건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용규와 만들어낼 풍성한 테이블세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타순의 앞선에서 이렇듯 풍성한 득점기회의 잔칫상을 차린다면 중심타선의 입장에서는 고마울 뿐이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안치홍 나지완 등 파괴력이 있는 선수에게 한 방만 걸리면 그대로 대량득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IA 박기남이 지난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김주찬, 김선빈 등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광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10/
KIA 테이블세터진, 사실은 3명이다?

이렇듯 김주찬의 가세는 '이용규-김주찬'이라는 역대 최강의 테이블세터진을 완성하는 동시에 상대 내야진에 대한 압박과 팀내 중심타선의 자신감 및 집중력 상승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범경기 4연승의 배경 중에는 분명 이러한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확연하게 팀 타선의 구조를 바꿔놓은 효과도 있다. 바로 김주찬으로 인해 KIA가 사실상 '3인 테이블세터진'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테이블세터진 즉, '이용규-김주찬' 이외에 숨겨진 또 한 명의 테이블세터가 있다. 바로 올해 거의 붙박이로 9번 타순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김선빈이다.

김선빈은 지난해까지는 2번 타순에 거의 붙박이로 출전하며 이용규와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했다. '이용규-김선빈'의 조합도 리그를 대표할 만큼 상당히 뛰어난 테이블세터진이었다. 지난해 이들은 263안타(이용규 139-김선빈 124), 74도루(이용규 44-김선빈 30), 149득점(이용규 86-김선빈 63)을 합작해냈다. 명실상부 리그 톱클래스 수준이다.

하지만 김주찬이 가세하면서 '이용규-김선빈' 듀오는 해체와 재조합으로 다시 구성됐다. 이용규와 김주찬이 1-2번 타순을 맡으면서 김선빈이 9번 타순으로 내려간 것이다. 일단 기존의 테이블세터진이 찢어졌다는 면에서는 '해체'지만, 타순의 맨 앞과 뒤에서 연결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는 재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김선빈도 한 명의 테이블세터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른바 '숨은 테이블세터'다.

예컨대, 경기 중후반 KIA 공격이 9번 타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김선빈-이용규-김주찬이 차례로 타석에 나오게 되는데 이때 김선빈이 또 하나의 테이블세터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9번 타자가 상위 타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되는데, 김선빈의 경우는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인 공격 옵션으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 김주찬은 테이블세터 역할과 동시에 3번 타자처럼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김주찬의 영입으로 인해 KIA는 다양한 공격 옵션의 활용과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범경기는 예고편일 뿐이다. 정규시즌에서는 이 효과가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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