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스몰볼, 새 1번 황재균으로 꽃피울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10:46


롯데 황재균은 2013시즌 새 1번 타자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013년 롯데 성적은 누구에게 달려 있을까.

지난해 12월말, 김시진 롯데 감독은 선수를 지목하지 않았다. "아마 1번 타자가 어떻게 해주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김 감독은 겨울 내내 타순 1번을 누구에게 맡길 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훌쩍 2개월이 지났다. 사이판을 찍고 일본 가고시마까지 다녀와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김시진의 선택은 황재균(26)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8~9번 하위 타순에 주로 배치됐다. 지난해 롯데 1번은 KIA로 떠난 김주찬이었다. 황재균이 김주찬의 공백을 대신 메울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은 지난 2009년 넥센 시절 주로 1번에 들어갔다. 당시 성적은 타율 2할8푼4리, 152안타, 18홈런, 30도루였다. 2007년 프로무대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황재균은 친정 넥센을 떠난 이후 1번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김주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FA(자유계약선수)가 된 김주찬이 지난해말 롯데를 떠났다. 옛 스승 김시진 감독이 롯데 사령탑으로 오면서 황재균과 다시 만났다.

김 감독은 2009년 황재균의 좋았던 모습을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 또 황재균도 1번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 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자질을 갖고 있다. 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선수다. 그런데 매 시즌 2%가 부족한 듯 보였다. 항상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황재균이 차분하지 못하고 겉멋을 부릴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황재균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매년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면서 "올해는 내 선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시즌 동안 타율 3할 이상(규정타석 기준)을 쳐본 적이 없다. 최고 타율이 2할8푼9리(2011년)이다. 안타, 도루, 홈런 등 개인 타이틀과도 거리가 멀었다. 3루수로도 아직 최고는 아니다. 국가대표 최 정(SK) 박석민(삼성) 이범호(KIA) 등을 추격중이다.

황재균은 이번 겨울 내내 출루율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1번 타자의 첫 번째 역할은 출루다. 그러기 위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열심히 보기 위해 살폈다. 선구안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가려내는 건 타자의 기본이다.


그는 개인 목표로 딱 하나를 정했다. 30도루다. 4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황재균의 부친은 휴식기 때 아들에게 육상 스쿨을 알아봐주기도 했다. 김주찬은 지난해 32도루를 했다. 황재균은 "선수가 빠져나가도 롯데 전력은 메워진다. 올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2011년말 이대호(일본 오릭스)가 떠났지만 롯데는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주찬과 홍성흔(두산)이 또 이탈했다. 대신 야수 장성호, 투수 김승회 홍성민이 가세했다.

황재균은 시범경기를 통해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점검하고 있다. 1루에 나가면 언제라도 2루 베이스를 훔친다는 생각을 한다. 10일 SK와의 시범경기, 4회 주루사를 당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시범경기에서의 실수는 정규리그에서 약이 된다.

롯데는 최근 2년 동안 슬러거 이대호와 홍성흔이 팀을 떠났다. 롯데는 큰 것 한방 보다는 연속 안타와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로 점수를 짜내야 한다. 올해 롯데 야구의 색깔은 '스몰볼'이다. 새 1번 황재균의 어깨가 무겁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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