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표팀을 지치게 하는 환경적인 요인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3-04 09:32


WBC 대표팀은 차가운 날씨와 강한 바람, 대만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까다로운 음식향 등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컨디션 난조 이외에 날씨 등 외부적인 악재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물론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1라운드 B조 경기가 열리고 있는 대만 타이중은 예년에 비해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대만과 네덜란드의 낮경기가 열린 인터컨티넨탈구장의 기온은 섭씨 영상 12도였다. 기온 자체가 그리 낮은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5~6도에 육박했다. 문제는 밤에는 체감온도가 0도 가까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웬만한 겨울을 생각하면 된다. 두터운 점퍼 차림이 아니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B조 4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3경기를 모두 밤에 치른다. 한국은 타이중으로 이동하기 전 차로 1시간 거리의 도류에서 2주 동안 합숙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도류에 있을 때보다 더 춥다고 이야기 한다.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이유중 하나다.

기온보다 더 혹독한 변수는 바람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대만에도 바람이 많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불규칙하고, 돌풍이 많다는게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게 한다. 이날 대만-네덜란드전이 열리는 동안 바람은 좌측 외야에서 홈 방향으로 평균 초속 8.9m의 속도로 불었다. 평균이 그러하니 때로는 초속 20m의 강풍이 그라운드를 휩쓸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날 네덜란드 외야수들은 플라이타구 수비에 애를 먹었다. 네덜란드 타자들이 친 홈런성 타구는 외야에서 내야로 바람이 분 탓에 야수에 잡히기 일쑤였다.

음식과의 싸움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대만 음식은 고유의 짙은 향이 배어 있어 외국인들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달 12일 타이완으로 건너와 벌써 3주 가까이 현지 음식을 대하고 있다. 물론 고유의 대만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의 하루 식사 일정은 이렇다. 아침은 타이중 숙소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식을 먹고, 점심은 타이중 시내 한국식당에서 만든 도시락으로 채운다. 저녁은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대회조직위원회(WBCI)가 마련하는 메뉴로 해결하는데 '내용'이 부실해 해당 한국식당에서 몇 가지 메뉴를 추가해 공급받는다. 경기 후에는 전 선수단이 한국식당에 들러 먹고 싶은 고기와 찌개, 분식류를 포식한다고 한다. 한국 음식을 주로 먹지만, 일부 메뉴는 대만 음식의 향이 느껴져 입맛이 까다로운 선수들에게는 수월치 않다.

또 대표팀의 운명이 걸린 5일 대만전은 홈팬들의 일방적은 응원과도 싸워야 한다. 인터컨티넨탈구장의 관중 수요규모는 2만명. 내외야를 가득 메운 대만 야구팬들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관중이 하나가 되어 응원전을 펼치는데, 구호와 행동이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2일 호주와의 개막전 당시 대만 팬들은 선발 왕첸밍이 6회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전 관중이 기립해 왕첸밍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물론 대표팀 선수들도 국내리그에서 원정경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소음 수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컨디션을 유지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있어 대표팀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타이중(대만)=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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