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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류현진은 담담했다. 위축되지 않았다.
2사 후 톱타자 드웨인 와이즈와의 대결. 류현진은 3루타를 내줬다. 구종은 커브였다. 가운데로 살짝 높게 형성된 실투였다. '다저스의 전설'샌디 쿠팩스와 함께 땀을 흘려가며 가다듬은 구종. 류현진도 원래 커브를 던진다. 하지만 쿠팩스와 함께 익히고 있는 커브는 살짝 다르다. 똑같은 구종이라도 그립 쥐는 법 등 개인 차가 있다. 쿠펙스 역시 자신만의 커브 구사 비법을 류현진에게 전수 중이었다. 완성을 향해 가는 단계. 아직 100%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류현진은 첫 등판에서 커브를 던졌다. 일종의 실험이었다. 낯 선 환경과 낯 선 야구문화의 중심에 선 동양 투수.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베짱이 아니라면 그 순간 가장 익숙한 구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달랐다. 공을 들이고 있는 커브를 가장 빠른 시점에 실전 적용을 과감히 시도했다.
뉴 다저맨 류현진은 캠프 시작 후 내내 언론의 집중 관찰 대상자였다. 약 20명의 기자와 카메라맨이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통과의례지만 새로운 나라와 문화에 대한 '적응'이 화두인 류현진으로선 집중하기 힘든 환경. 하지만 그는 마치 전 소속팀 한화 캠프에서 훈련하듯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매팅리 감독은 "수 많은 관심에도 불구, 류현진은 자신의 스케줄대로 아무런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다리가 후들거릴 수도 있었는 상황을 매일 해오던 일상처럼 담담하게 소화해낸 류현진. 그래서 그는 '괴물'이라 불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