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스프링캠프, '류현진 도우미' 누가 있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2-20 12:01 | 최종수정 2013-02-21 14:25



그들이 있어 류현진은 외롭지 않다.

메이저리거로서 첫 발을 내딛은 류현진(26), 그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엔 두 명의 '류현진 도우미'가 있다.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29)와 다저스의 마케팅 담당 한국계 직원 마틴 김(34)씨가 그 주인공이다.

"네 심정 안다" 루이스 크루즈, 탁구로 일심동체!

내야수 크루즈는 멕시코 출신이다. 2000년 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데뷔한 크루즈는 8년이나 지난 2008년에야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08년과 2009년 22경기(피츠버그), 2010년 7경기(밀워키)로 출전시간은 적었고, 2011년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한때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고민하던 크루즈는 2012년 LA다저스에서 기회를 잡게 됐다. 78경기서 타율 2할9푼7리 6홈런 40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시즌 주전 3루수로 뛸 전망이다.

크루즈가 류현진과 친해진 이유는 바로 그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쓰던 크루즈는 미국에 진출한 뒤 영어가 안 돼 한동안 애를 먹었다고. 같은 히스패닉 계열 선수들끼리 어울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간을 잊지 않고 있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 캠프에 입소해 개인훈련을 하던 크루즈는 새로운 환경에 어색해 하는 류현진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통역이 있었지만, 스마트폰 번역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한국어로 바꿔 보여줬다.

류현진으로선 이역만리 타지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크루즈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크루즈는 류현진의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 크루즈는 류현진에게 먼저 다가간 이유를 묻자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언어 때문에 고생했다. 그 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하다 류현진과 포즈를 취한 LA다저스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왼쪽). 크루즈는 류현진에게 처음 다가가 클럽하우스 적응을 도운 '절친'이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류현진은 영어 뿐만 아니라, 크루즈를 통해 간단한 스페인어도 배우고 있다. 히스패닉 계열의 선수들은 스페인어를 영어 만큼 많이 구사한다. 크루즈는 류현진에게 배웠다며 "안녕하세요. 루이스 크루즈입니다"라며 수준급 한국어 인사말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류현진의 '탁구 스승'이기도 하다. 수준급의 탁구 실력을 가진 크루즈는 류현진에게 "내가 숟가락으로 치겠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에 류현진은 크루즈의 인터뷰 도중 구단 카메라의 마이크를 들고 난입(?)해 기자처럼 숟가락 사건의 진실을 묻기도 했다. 크루즈가 "사실은 젓가락으로 치려 했다"고 응수하니 류현진이 "배트로 치겠다"고 되받아칠 정도로 죽이 잘 맞는다.

크루즈는 "난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류현진 역시 미국에 처음 왔다. 미국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 게 우리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실전에서도 류현진의 '도우미'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류현진 온 뒤로 일이 두 배" 마틴 킴, 현진이 덕분에!

다저스엔 한국인 직원이 4명이나 있다. 통역인 찰리 김을 제외하면, 모두 류현진 영입 이전에 뽑힌 직원이다. 다저스는 류현진 영입과 관계없이 2년에 걸쳐 이들을 채용했다. 이중 두 명은 티켓판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구단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틴은 류현진 영입 후 한국 및 현지 미디어를 상대하는 홍보직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마틴은 류현진이 다저스에 오기 전부터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둘이 '서로' 안 건 아니다. 마틴은 다저스 구단에 류현진 관련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느라 류현진의 등판 경기를 모두 챙겨봤고, 한국 언론에 나온 류현진 기사를 스크랩했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 대해선 매번 리포트를 작성했다. 주요 기사 역시 자료로 만들었다.

또한 류현진의 사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기도 했다. 기사를 통해 '스캔들'이 없는지 확인했다. 물론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메이저리그 답게 '사랑'은 예외였다. 음주운전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이 없었는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적은 없는지 샅샅이 살펴봤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실전훈련을 펼치고 있다.
다저스 구단 한국인 직원 마틴
글렌데일(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7/
류현진이 미국에 온 뒤 마틴은 그의 '형'이 됐다. 그는 다저스가 포스팅시스템에서 류현진에 대한 단독협상권을 따낸 뒤 처음 만난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류현진은 "제레미 린 닮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류현진의 엉뚱한 성격을 대변해주는 그 말로 둘은 금세 절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마틴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다. 그리고 17살까지 야구를 한 '야구 꿈나무'였다. 체격조건이 남다른 미국 유망주들 사이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PR(Public Relations)을 전공한 그는 미국 진출을 시도한 한국 기업 등 여러 회사에서 일하다 3년 전 다저스와 연이 닿았다. 1년 반 전엔 정식직원으로 채용돼 지금에 이르렀다.

마틴은 "류현진이 와서 일이 두 배가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고마운 마음은 컸다. "현진이 덕분에 다저스의 사장, 단장까지 모두 절 알게 됐어요. 정말 고맙죠. 현진이가 꼭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대로 류현진 역시 든든한 조력자들 덕분에 순조롭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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