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없는 삼성 캠프 현장밀착으로 메운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2-21 09:59 | 최종수정 2013-02-21 09:59


삼성 라이온즈의 김 인 사장과 신필렬 전 사장, 송삼봉 단장(왼쪽부터)이 18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 에서 개최된 실내훈련장 개장식에서 축하행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아버지 없다고? 큰아버지들이 있잖아."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은 흔히 집안의 아버지에 비유된다.

삼촌-형님같은 코치-트레이너들처럼 일일이 간섭하지 않지만 위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며 '길'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감독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겐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된다.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전지훈련지에서라면 감독의 이같은 존재감은 더욱 소중하다.

프로야구 최강 삼성이 동계훈련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우려감이 적지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류중일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차출되는 바람에 소속팀 삼성의 전지훈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20일부터 3주간 괌 1차 전지훈련을 지휘한 류 감독은 지난 6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동행했다가 대표팀 합류를 위해 9일 팀을 떠났다.

류 감독은 나머지 코치진들이 감독없이도 전지훈련을 차질없이 지휘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 걱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구단으로서는 아버지없는 자식(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허전함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훈련 스케줄이야 문제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심리적 마이너스 요인까지 챙겨야 하는 게 구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단측이 묘책을 가동하고 있다. 이른바 '현장밀착 지원 시스템'이다. 류 감독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감독없는 전지훈련에서 지금까지 조금도 아쉬운 소리가 나오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현장밀착 지원'은 김 인 구단 사장과 송삼봉 단장 등 구단 프런트가 중지를 모아 마련한 아이디어다.

자리를 비운 '아버지' 류 감독의 역할을 '큰아버지' 김 사장과 송 단장이 번갈아 커버해주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 사장과 송 단장이 감독의 영역까지 침범해 훈련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든든한 아버지의 존재감으로 팀의 전지훈련에 무결점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먼저 송 단장은 류 감독이 팀을 떠나자마자 11일부터 19일까지 오키나와로 달려갔다. 김 사장은 18일 오키나와에 합류해 송 단장과 바통터치를 한 뒤 25일까지 캠프를 지킬 예정이다.

김 사장이 귀국하고 나면 송 단장은 오는 27일 다시 오키나와로 출국해 스프링캠프가 완료되는 3월 4일까지 선수단과 함께 한다.

보통 전지훈련 캠프에서는 구단 고위층의 경우 훈련기간 중간에 며칠 잠깐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돌아오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삼성은 올해 사장과 단장이 교대로 풀타임으로 캠프 상황을 챙기기로 한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으례 전지훈련을 진행하다 보면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해 프런트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감독이 있다면 감독 직권으로 선수단 애로사항을 금세 처리할 수 있지만 감독이 없을 경우 밑의 프런트 직원들끼리 보고-결재 과정을 거치다보면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만일에 발생할지 모를 이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김 사장과 송 단장이 상주하는 것이다. 사장과 단장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확인하는 즉시 해결하는 체제이다.

송 단장은 "시즌이 다가올수록 1분의 훈련시간도 아쉬워지게 마련이다. 그만큼 선수단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더욱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면서 "보고서 작성하느라 시간 끌 필요 없이 우리가 직접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말했다.

사장과 단장의 권한을 현장에서 십분 활용해 선수단의 불만을 최소화함으로써 "감독 없으니 아무래도 불편하다"는 소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송 단장은 이어 "프런트 고위층의 역할이라고 거창할 게 뭐있나. 고기 몸보신하고 싶다면 고기 사주는 등 선수들이 마음놓고 훈련하도록 분위기 잡아주는 것 아니겠냐"고 껄껄 웃었다.

'아버지'보다 더 든든한 '큰아버지'를 맞은 삼성 선수단은 어느새 '아버지'의 빈자리를 잊은 느낌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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