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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위해 '황기순'을 붙인 윤석민의 여유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02-17 16:47


WBC 야구대표팀의 전지훈련지인 대만 도류구장 덕아웃에서 웃음꽃이 폈다.

모두를 웃음짓게한 이는 바로 윤석민. 윤석민은 17일 점심식사를 한 뒤 덕아웃에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타났다. 유니폼이 아닌 훈련복에 흰 테이프로 새겨진 배번은 윤석민의 것인 18번이 맞았지만 이름은 엉뚱하게도 황기순이었다. 황기순은 어렸을 때부터 얻은 윤석민의 별명. 얼핏 보면 코미디언 황기순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다.

오후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덕아웃에 모인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체 왜 그러고 다니냐"는 류중일 감독의 질문에 윤석민은 "전력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요"고 재치있게 답했다.

윤석민의 1년 선배인 윤희상의 작품. 구리 리틀야구단에서 함께 야구를 한 윤희상과 윤석민은 지금도 친한 사이다. 윤희상의 장난에 윤석민은 역대 국가대표 중 가장 훈련량이 많다는 이번 대표팀에서 지친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황기순'이란 별명을 거부하지 않았다.

에이스로서의 부담감 속에서 자신의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급급할 수도 있는 윤석민이지만 에이스로서 팀 분위기를 살리는데 앞장섰다. 그만큼 에이스로서 성장했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윤석민에게 이번 WBC는 매우 중요하다. 올시즌을 마치면 FA자격을 얻게되는 윤석민으로선 자신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라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직접 지켜보는 WBC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 자신과 함께 대표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에이스들이 줄줄이 낙마해 사실상 혼자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야할 상황이 됐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국내 리그에서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겪었던 윤석민은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FA가 신경 쓰이고 주위의 기대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너무 거기에만 신경을 쓰면 안된다. 반드시 잘하겠다는 생각을 너무하면 오히려 좋지 않게 된다. 경기에만 집중하고 앞만보고 가겠다"라고 했다.

"컨디션이야 매일 다르다.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지금은 어깨가 가볍다"라는 윤석민은 "선발로 나간다면 한계 투구수를 생각하면서 5이닝 이상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모두가 원하는 윤석민의 투구다.
타이중(대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이 17일 전지훈련지인 대만 자이현 도류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인터뷰를 마친 윤석민의 등에 붙은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도류(대만)=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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