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 도 넘은 마이웨이, 도대체 어디까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2-05 11:55



완벽한 '마이 웨이(My Way)'다. 모든 과정에서 정작 연고구단은 무시되고 있다.

창원시가 도 넘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고구단과 협회, 심지어 연고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치 논리에 따라 신축구장 입지 결정을 강행한 데 이어, 아무런 협의 없이 '홈구장 2개' 논리를 꺼내들었다. 야구를 모르는 탁상 행정의 끝을 보는 듯하다.

창원시는 지난 4일 진해구청에서 '새 야구장 건립 사업단' 출범식을 가졌다. 지난달 30일 신축구장 부지로 진해 육군대학부지를 결정한 데 이은 행보다. 행사는 조촐하게 진행됐다. 박완수 창원시장과 간부급 공무원, 사업추진 관련 부서장들이 참석해 현판을 달고, 구청 중회의실에서 추진계획보고회를 열었다.

그리고 4일, 창원시는 "NC다이노스 홈구장 2개를 갖는 효과가 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새 야구장이 완성되면, 전국 최초로 하나의 도시에서 2개의 프로야구 경기장을 갖는 효과를 갖추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창원시의 황당한 주장 "NC 홈경기, 마산과 진해 균형 배분하겠다"

물론 맞는 말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수준급 구장으로 재탄생한 마산구장에 2만5000석 규모의 신축구장까지. 창원시에 2개의 야구장이 생기는 건 맞다. 하지만 이어진 전망은 황당하다.

창원시는 "2016년 새 야구장이 준공되고, 현재의 마산야구장 보강을 통해 마산과 진해지역에서 프로경기를 균형 배분해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프로야구 시대를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최초로 새 야구장과 마산야구장에서 교차 경기를 함으로써 다양한 지역의 관람객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광고수익과 식음료판매수익 등에서 더 많은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축구장 사업은 1500억원에서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어놓은 구장을 고작 '1+1'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진해 신축구장의 문제점을 인정한 꼴이다.


통합 창원시의 신축구장 입지로 최종 선정된 진해 육군대학부지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마산 창원 진해의 불편한 통합 이후 매번 언급하는 게 '균형 배분'이다. 시의 주요 사업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도 모자라, 이젠 NC의 홈구장마저 둘로 쪼개놓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데일리 스포츠인 야구는 홈팀이 갖는 이점이 크다. 특히 환경 변화에 민감한 선수들에게 '안방'이라는 안락함은 큰 어드밴티지다. 결국 경기력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클럽하우스는 시즌 때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곳인데, 홈구장을 2개로 분리한다면 짐을 어디에 둘 지도 고민이다. 사실상 홈으로 선택되지 못한 다른 구장은 창원시 안에 있는 원정구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선례 없는 연고지 내 2개 구장, KBO도 당황스럽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은 어떨까. KBO는 진해로 신축구장 입지가 결정된 뒤 창원시에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실 연고지역 내 홈구장 2개는 선례가 없어 KBO도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야구규약 제4장 지역권을 살펴보자. 제21조 [홈 게임의 최저수]를 살펴보면, '구단은 본 규약에 따라 소정 보호지역내의 전용구장에서 연도 선수권대회 경기 중 홈 게임의 80퍼센트 이상을 실시해야 한다. 단, 총재의 승인을 얻어 그 수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창원시의 주장을 그대로 이행하기엔 규약상 해석의 문제가 생긴다. 일단 보호지역내의 전용구장의 수가 한정돼 있지 않고, 해석에 따라 2개의 홈구장을 합쳐서 80% 이상만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신축 야구장 입지 발표를 하고 있는 박완수 창원시장. 사진제공=창원시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정리가 된 문제가 아니라 답변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정 부장은 "사실 지금까지 제2구장에서 실시되는 경기는 80% 밖의 일부였다. 그리고 과거 광역연고제 시절 연고지역이었던 곳에서 열렸다"며 "하지만 이번엔 보호지역 내 2개 구장이다. 어디가 메인이라고 정해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정할 주체도 애매하다. KIA가 군산에서, 한화가 청주에서 1년에 6~9경기를 치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구단과 지자체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창원시는 자기 멋대로 이런 사실을 발표했다.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NC, 그저 침묵할 뿐…

NC 측은 당황스럽다. 창원시가 지역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1+1' 홈구장에 대해 인지했을 정도다. 창원시는 이미 연고구단인 NC와의 협의 대신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NC는 신축구장 입지가 진해로 결정된 뒤에도 '유감' 수준의 보도자료를 내는 데 그쳤다. "마산야구장에서 야구를 해나가겠다"는 보도자료의 문구로 인해 신축구장을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해프닝에 그쳤다.

대신 NC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모든 행보가 조심스럽다. 이미 창원시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0인 상태에서 계속 해서 항변하기도 힘든 상태다. 게다가 옛 진해시민들이 신축구장과 NC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까 두렵다. 진해도 어찌 됐든 '통합' 창원시의 한 지역으로서 NC의 홈이기 때문이다. 이번 창원시의 '1+1' 전술에도 그냥 대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창원시는 4일 '새 야구장 건립 사업단' 출범식에서 "NC를 참여시키는 등 요구사항을 수렴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판식에 NC 관계자는 없었다. NC 측은 현판식을 하는 줄도 몰랐고, 초청도 받지 못했다. 진해-마산 균형 배분 얘기도 발표 이후에나 알았다. 창원시가 NC를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걸까. 도가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해 4월 NC의 홈 개막전이 열린 마산구장. 창원시는 4일 진해 신축구장과 함께 마산구장에서 NC의 홈경기를 균형 배분해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NC와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 발표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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