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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자마자 팀을 들었다 놨다 하더라니까."
지난 18일 밤, 처음으로 김 감독과 새로이 NC 유니폼을 입은 10인은 함께 자리를 가졌다. 창원에서 직접 만나 저녁식사를 한 것.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온, 공통분모가 많지 않은 이들이 모이면 서먹하기 마련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자리. 하지만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이호준이 첫 날부터 분위기 메이커로 나선 것이다.
김 감독에게서 첫 만남 일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호준은 초반부터 분위기를 주도했다. "감독님, (모)창민이가 NC 오면서 펑펑 울었다는데 들으셨습니까?" 김 감독은 그저 정든 소속팀을 떠나 그런 줄만 알았다. 이어진 이호준의 한 마디에 모두가 포복절도했다. "NC에 지명되면서 드디어 저한테 벗어나나 했는데 제가 계약한 또 만나게 생겼다며 펑펑 울었답니다."
NC는 기존 구단으로부터 선수를 데려올 때 1인당 10억원씩 총 80억원을 지출했다. FA시장에서의 활동폭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과 김 감독이 모두 원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호준이었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배석현 단장이 직접 인천으로 이호준을 찾아가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호준은 지난 2000년 해태에서 신생팀 SK로 트레이드됐다. NC는 당시 창단 멤버로서의 경험과 SK에서 전성기를 연 사실을 높이 샀다. 몸상태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붙어있지만, 올시즌엔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이호준은 올시즌 데뷔 후 세번째로, 2007년 이후 5년만에 3할 타율을 달성했고 마지막 20홈런이었던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홈런(18개)을 때려냈다.
김 감독은 이호준에게 4번타자 겸 주장을 맡길 생각이다. 이호준 특유의 후배들을 결집시키는 친화력이 막내구단 NC를 키워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이호준은 '준코치' 아닌가"라며 "굳어 있는 어린 후배들에게 '스피릿 코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런 몇 개, 타율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호준이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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