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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야구장. 매서운 찬 바람.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합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덕아웃 앞에선 그라운드 전체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눈을 돌리는 이가 있었다. 2013년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는 NC의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마산구장의 풍경이다.
기존 구단으로부터 8명을 특별지명하고, FA(자유계약선수) 이호준 이현곤까지 영입했다. 1군 무대에서 뛸 구색은 갖춰졌다. 하지만 두산 사령탑 시절부터 '무한 경쟁'을 강조해 온 김 감독의 성향은 여전했다. 그는 "특별지명 선수라고 보장된 자리는 없다. 야수는 포지션별로 3명씩 캠프에 간다. 투수는 20명 정도, 포수는 5명 데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영훈 모창민은 타격 훈련에 남들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발이 빠른 김종호는 주루 훈련에, 김태군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 훈련에 치중했다. 1군 무대를 밟고 왔다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전지훈련 초반부터 이들을 이용해 자체 청백전을 치르는 등 빠르게 실전 모드로 들어가겠다는 심산이다. 경쟁을 통해 주전급 선수를 발굴해내고, 훈련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것.
사실 김 감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선수들을 관찰한다. 일부러 그라운드를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감독실에서 선수들을 살필 때도 많다. 남들과 다른 선수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요즘 열심히 안 하는 선수가 어디 있나. 하지만 자기 목표가 확실한 선수는 조금만 지켜봐도 다른 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김 감독은 두산 감독 시절부터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다. 다른 팀이었으면 좀처럼 기회를 부여받기 힘든 선수도 자신 만의 철학으로 믿고 기용했다. 금세 결과물이 안 나오더라도 시간을 줬다.
김 감독은 "야구에 정답은 없다. 모든 게 결과론이다. 믿었을 때 잘 한 선수도 있지만, 성장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그래도 저 선수가 터져준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시간을 갖고 기다려준다"고 자신의 선수기용 철학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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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번 그의 눈에 들었다고 해서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믿음의 야구'라고 불리지만, 선수 본인에게 독기가 있어야 그 믿음이 지속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착하고 순한 애들은 잡아 먹히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생각이 두가지 있다"며 "포지션 경쟁 때 경쟁자에게 지지 않으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자리를 잡았을 때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재 창원에 혼자 내려와 생활중이다. 마산구장이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김 감독은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볼 때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순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독기를 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가 경쟁에서 승리해 자리를 따내면 풀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끊임없이 뒤를 준비시킨다. 나태해진 모습을 보였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그는 "감독인 나도 운동장에선 냉철해지려 애쓴다. 선수들도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경기장 밖에선 순해도 그라운드에선 독해야 한다. 자신의 자리가 영원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다. 워낙 이곳저곳에서 선수들이 모이다보니 신생팀은 '모래알'이란 말을 듣기 쉽다. 누구 하나 앞서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김 감독은 "어느 팀이든 우리와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못하면 안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을 듣도록 준비하겠다. '다부지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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