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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반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2011년 8월 7일 인천 SK전이 그 악몽의 시발점이었다. 베이스러닝 도중 왼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이 파열됐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다친 것이었다. 정성껏 재활에 매달렸지만, 결국 2012시즌에도 겨우 4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KIA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로 활약해줘야 할 이범호가 이처럼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피해가 심각했을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선수가 처음으로 큰 부상을 겪으면 신체적인 피해 못지않게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또 다치지는 않을까' '다시 예전처럼 뛸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선수를 괴롭히게 된다"는 말을 했다. 이는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두루 해당되는 이야기다. 외상과는 별개의 심리적 부상, 즉 트라우마가 선수의 재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범호 역시 이러한 심리적 부상을 꽤 크게 겪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분명 의학적으로는 부상 부위가 완쾌됐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선수 본인은 계속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부상이 재발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선뜻 그라운드로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련을 결국 이범호는 견뎌냈다.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한다. 이범호는 "그간의 심리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에 못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다시 뛰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과연 이범호가 2013시즌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