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2013년에는 부활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1-21 12:29 | 최종수정 2012-11-21 12:31


◇KIA 이범호. 스포츠조선 DB

무려 1년반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2011년 8월 7일 인천 SK전이 그 악몽의 시발점이었다. 베이스러닝 도중 왼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이 파열됐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다친 것이었다. 정성껏 재활에 매달렸지만, 결국 2012시즌에도 겨우 4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KIA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로 활약해줘야 할 이범호가 이처럼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범호가 다시 '부활'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2013시즌 명예회복을 꿈꾸며 국내 재활훈련을 마치고 21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팀의 마무리훈련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지난 1년반의 부상 공백을 지우려는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사실 이범호는 부상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한화 시절이던 지난 2008년 615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달성하며 '철인'으로 불렸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햄스트링 부상의 여파는 너무나 컸다. 구단과 선수 모두 매우 신중하게 부상 치료와 재활에 임했음에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처음 부상부위의 반대편인 왼쪽 허벅지 쪽에도 부상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복귀는 차츰 뒤로 미뤄졌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피해가 심각했을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선수가 처음으로 큰 부상을 겪으면 신체적인 피해 못지않게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또 다치지는 않을까' '다시 예전처럼 뛸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선수를 괴롭히게 된다"는 말을 했다. 이는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두루 해당되는 이야기다. 외상과는 별개의 심리적 부상, 즉 트라우마가 선수의 재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범호 역시 이러한 심리적 부상을 꽤 크게 겪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분명 의학적으로는 부상 부위가 완쾌됐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선수 본인은 계속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부상이 재발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선뜻 그라운드로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KIA 코칭스태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공수의 핵심이 되어야 할 선수가 부상으로 신음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었다. 더구나 의학적인 소견으로는 분명 완쾌됐다고 하는데 선수가 뛰지 못하는 상황은 무척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선동열 감독은 시즌 중 그래서 이범호를 향해 "부상에서 복귀하는 것은 결국 의지력에 달려있다"며 쓴소리까지 했다.

이와 같은 시련을 결국 이범호는 견뎌냈다.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한다. 이범호는 "그간의 심리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에 못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다시 뛰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과연 이범호가 2013시즌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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