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은 1년 뒤 어떤 선택을 할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1-13 07:52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3루서 SK 박진만을 삼진처리한 삼성 오승환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1.

특급 마무리 오승환(30·삼성)은 국내 무대에서 거의 안 해본 게 없었다. 2005년 삼성 입단 이후, 8년 동안 총 4번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그중 한국시리즈 MVP를 두 번(2005년, 2011년)했다. 구원왕에 5번(2006~08년, 2011~12년) 올랐다. 올시즌에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돌파했다. 2006년과 지난해 한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47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런 오승환에게 국내 무대는 더이상 동기부여가 안 될 법했다. 실제로 자신도 이번 시즌 내내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 오릭스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 구단과 오승환은 12일 2013시즌을 함께 하기로 합의를 봤다. 삼성은 오승환이 일본 진출 도전을 1년 미루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이 오승환에게 잔류 명분으로 내세운 건 한국시리즈 3연패다. 오승환은 그동안 2연패를 두 번 해봤다. 3연패를 해본 적은 없다. 30년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3연패 이상을 해본 팀은 80년대 해태(현 KIA, 1986~89년) 뿐이다. 물론 삼성 구단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오승환의 잔류 선택에 따른 확실한 금전적인 대우를 해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면서 오승환을 잡았을 것이다.

그럼 오승환은 1년 뒤 삼성의 3연패를 이루고 미련없이 일본 또는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그는 내년 시즌을 무사히 마칠 경우 국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초특급 대우를 받으면서 자유롭게 어느 구단과도 접촉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임을 감안하면 FA대박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외진출은 여전히 삼성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삼성의 3연패 여부와 상관없이 삼성은 오승환의 국내 잔류시 무조건 잡을 것이다. 삼성은 오승환이 국내에 있을 경우 다른 구단에 빼앗기로 싶지 않다. 오승환은 부상만 없다면 어느 구단에 가더라도 확실한 마무리다. 우승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카드다. 그런 마당에 삼성은 FA 시장에서 돈 싸움이 붙더라도 오승환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근 메이저리그 포스팅으로 280억원의 초대박을 터트린 류현진은 오승환과 똑같은 입장이었다. 보직과 소속 구단의 사정을 달랐지만 둘은 똑같이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오승환은 시즌 중 팀 성적을 고려해 자제했다.


1년 뒤라도 오승환이 올해 처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내지 않을 경우 삼성은 또 오승환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때는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더 큰 명분을 내세울 지 모른다.

오승환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선택할 자유를 갖고 있다. 이번 삼성 잔류 선택이나 또 1년 뒤 할 결정에 대해 존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좀더 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오승환은 단순히 평범한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이미 그는 한국 야구사에 국보급 투수가 돼 버렸다. 모든 기록이 그걸 말해준다.

국내 무대에서 지금 처럼 팀 우승을 계속 쌓는 것도 의미있는 일하다. 하지만 좀더 큰 무대인 일본이나 미국에서 한국에도 일본 사사키 처럼 강력한 불펜 투수가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대마신'으로 불린 사사키는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시애틀로 가서 4시즌(2000~03년) 동안 129세이브를 올렸다.

삼성도 앞으로 오승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야 삼성이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포스트 오승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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