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은 이제 그만, 구단과 선수가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1-09 10:32


2013년 FA(자유계약선수) 신청 명단이 공시됐다. 이제부터 해당 선수와 구단간의 밀고 당기는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엄밀하게 말해 신청과 공시 이전부터 물밑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원 소속구단은 물론이고 해서는 안 되지만 벌써 다른 구단과도 간접적으로라도 서로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FA 협상을 해보면 저 선수가 이런 면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란다고 했다. 막무가내로 일정 이상의 금액을 주지 않으면 무조건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또 다른 선수는 무조건 타구단의 모 선수 기준에 맞춰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동안 뼈빠지게 고생했으니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선수도 있다.

선수의 몸값을 매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반 제품 처럼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원가와 판매 마진 등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수치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FA 계약은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구단은 최소 비용을 투자해 최대 효과를 봐야 한다. 반면 선수도 최대한 많은 금액을 장기 계약으로 받아내야 승자다.

FA 계약에서 좀더 주위를 기울여야 하는 쪽은 구단이다. 선수는 어떻게든 대박을 치기 위해 머리를 굴리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이 손해보는 계약을 할 위험이 크다. 그동안 수많은 FA 계약 중 '먹튀' FA로 꼽히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특히 투수의 경우 FA 계약 첫해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 그 팀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 그런 FA 계약을 추진한 구단 경영진은 모기업으로부터 나쁜 경영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FA 계약에 대한 향후 실적 평가를 소홀히 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FA 계약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구단은 당장 생기는 전력 누수를 메우기 위해 성급하게 FA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이 크다. 괜찮은 FA 계약 한건을 성사시키는데 최소 수십억원의 거금이 들어간다. 대기업 입장에선 껌값일 수 있지만 그 선수 영입으로 인해 원래 팀에 있던 유망주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 까지 감안하면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또 점찍은 FA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선수들은 FA 계약한 첫 해 부상 등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정신적으로 풀어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구단이 선수의 몸상태를 대충 파악한 경우가 많았다. 선수의 나이와 향후 활용도, 소속팀과의 융화 정도 등도 잘 감안해야 한다.

선수도 자신들이 받을 돈의 액수 보다 그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협상 테이블에서 좀더 세련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가장 쉽게 끌어다붙이는 타구단 모 선수와 동등하게 대우해달라는 식의 주장은 너무 낡았다. 그것 보다는 자신을 데려갔을 때 이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걸 설득력있게 주장하는 편이 낫다.


구단을 대표하는 협상 관계자들도 선수들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선수들도 먼저 계약 해본 FA 선배들을 통해 어떻게 나가야 하는 지를 알고 간다.

구단과 선수 모두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양 쪽 다 자기 돈이 아니라고 펑펑 쓴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아직도 국내 야구시장은 야구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FA 시장에도 여전히 거품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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