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리즈는 ‘신포도’가 아니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1-08 10:25 | 최종수정 2012-11-08 14:33


대만에서 개최된 2011 아시아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삼성

오늘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2 아시아시리즈가 개최됩니다. 한일 클럽챔피언십 등으로 간소하게 치러진 2009년과 2010년까지 포함하면 2005년 시작해 어느덧 8년째를 맞이하게 됩니다.

작년까지 거행된 대회와 이번 아시아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첫째,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대만 타이중에서 개최된 2011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중국이 불참한 대신 호주가 참가했지만 올해는 중국과 호주의 팀이 모두 참가해 5개국 6개 팀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일정상 6개 팀이 풀 리그를 벌이지 않고 3개 팀 씩 2조로 나눠 예선을 벌인다는 점입니다.

둘째, 아시아시리즈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된다는 점입니다. 이제껏 아시아시리즈는 돔구장이 없으며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날씨가 추워지는 국내 사정을 감안해 일본이나 대만에서 치러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KBO가 주관하며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구도 부산에서 열립니다. 일본 최고 명문 구단이자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처음으로 방한해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이지만 막상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야구 국제전은 인프라 부족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일이 드물었는데 아시아시리즈는 국내 야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시리즈의 열기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요미우리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도,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탈락한 롯데도 참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전력을 다하는 인상은 아닙니다. 치열한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부상과 피로에 시달린 선수들을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아시아시리즈를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이라는 '신포도'로 취급하는 듯합니다. 팬들도 '번외 경기에 전력을 다할 필요 없다'며 아시아시리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의 주력 선수들이 총출동해 대표팀 간에 맞붙는 내년 3월 개최되는 제3회 WBC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1936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일본에 비해 1982년 프로리그가 출범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일천했던 한국 야구가 최근 올림픽과 WBC에서 일본과 명승부를 연출하게 된 바탕에는 1991년부터 세 차례 치러진 한일슈퍼게임이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마구' 포크볼에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타자들이 농락당하는 굴욕을 감수하며 맞대결했던 것이 오늘날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번외 경기'로 당시 폄하되었던 국제전이 큰 도움이 된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올림픽과 WBC에서 일본 대표팀과 대등한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이 한국에 비해 리그의 수준이 높으며 저변이 넓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리그 없이 대표팀은 존재할 수 없으며 리그의 수준이 곧 대표팀의 수준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 리그의 최강자들이 맞붙는 아시아시리즈는 아시아 프로야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소중한 기회입니다. 작년에는 아시아시리즈 사상 최초로 한국의 프로구단인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만일 2012 아시아시리즈에서 요미우리가 삼성이나 롯데에 패해 우승하지 못한다면 일본 언론은 '최고 명문구단이 한국에서 망신을 당했다'며 대서특필할 것입니다. 대만 리그 우승팀 라미고 몽키즈와 중국 리그 6개 팀의 올스타로 구성된 차이나 스타스의 대회 개막전 또한 자존심 대결이 예상됩니다. 그만큼 아시아시리즈에서는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연출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시리즈의 우승팀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과 겨루는 '진정한 월드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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