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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가 아주 새롭네요. 설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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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대부분은 새로운 분야, 이를테면 '코치'나 혹은 '해설가'에 도전하는데 구대성의 선택은 남과 같지 않았다. 그는 과감히 '현역 연장'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당시 새롭게 프로리그가 출범하는 호주로 건너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구대성은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의 마무리 투수로서 리그 초대 구원왕에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하며 '대성불패'의 명성을 호주에서도 날리고 있다.
8일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사직구장에 온 구대성은 이러한 여러 우여곡절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은퇴를 아쉬워하던 2년 전의 그가 아니었다. 구대성은 특유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구속은 135㎞밖에 안나오지만, 이리저리 꼬아서 던지니까 통하대요"라며 호주에서의 성공비결을 밝혔다. 노련미는 어디에서든 유용했던 것이다.
사직구장에 다시 서는 감회도 털어놨다. 구대성은 "2010년에 마지막으로 와봤으니까 2년이 넘었네요. 오늘 관중들은 많이 오시려나?"라며 관중석을 흘낏거렸다. 지난 2010년 4월 9일 롯데전이 구대성의 마지막 사직구장 등판 기록이다. 이날 구대성은 3-8로 뒤지던 4회말 1사 1, 3루 때 한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첫 상대인 롯데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에게 중월 3점홈런을 맞았다. 결국 1⅔이닝 3안타(1홈런) 1실점(1자책)이 최종기록.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대성은 유니폼을 입고 '현역'자격으로 다시 사직구장에 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이날 구대성은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퍼스 히트의 피쉬 감독이 자신에게 매 경기 등판을 약속했다고 했다. 구대성은 "짧게 1이닝 정도 던지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결국 피쉬 감독이 구대성을 부르지 않아 2년 7개월만의 롯데전 재등판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도 구대성은 경기 후 절친한 홍성흔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며 고국에 돌아온 기분을 만끽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