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 잠잠하다?'
우선 예상보다 냉담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설'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국민투수 류현진을 응원하는 대다수 야구팬들은 류현진이 미국시장에 나온 이후 활발한 평가와 전망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가 지난달 29일 류현진에 대한 포스팅을 발표했을 당시 이를 보도한 현지 언론은 서너곳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주목할 FA(자유계약선수) 50인'을 발표하면서 류현진을 37위(투수 가운데 20위)로 꼽고, 불펜자원으로 쓸만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4일 필라델리피아의 지역언론 필리닷컴은 류현진을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 소개하며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필요한 존재인 만큼 포스팅에 참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류현진에 대해 진전된 평가는 5일 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이 포털 야후 스포츠를 통해 주목할 만한 FA 175명 가운데 류현진을 투수 랭킹 22위로 선정한 것이었다.
여기에 류현진의 몸값(포스팅 금액)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적게는 500만달러에서부터 1000만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추측이 소개될 뿐이다.
그동안 류현진에 대한 평가와 몸값을 언급한 이는 블로거, 스카우트, 칼럼니스트 등이었다. 정작 류현진을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인 메이저리그 구단의 직접적인 관계자의 코멘트를 발견하기 힘들다.
정작 물건 살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지나가던 행인같은 사람들이 옆에서 구경하다가 '그 물건의 질이 이렇다', '그거 얼마에 사면되겠네'라고 이러쿵 저러쿵 훈수를 두는 격이다.
그렇다고 류현진에 대한 미국 구단의 물밑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다. 올시즌 페넌트레이스가 진행중일 때부터 LA 다저스, 클리블랜드, 화이트 삭스,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등 10여개의 구단이 스카우트를 한국으로 파견해 류현진을 직접 관찰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 구단 가운데 일부는 국내의 스포츠 통계분석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로부터 류현진에 대한 투구 분석 자료 등을 구입해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의 여론은 왜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한화 구단 관계자는 "포스팅 시스템과 프로의 특성상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포스팅 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비공개 입찰제도다. 한화 구단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류현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은 최대 1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프로세계의 원리상 되도록이면 비용을 아껴 질높은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게 모든 구단 운영팀의 과제다.
행여 어느 한팀에서 류현진 포스팅에 참가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칠 경우 영입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들은 자기들의 전력보강도 중요하지만 경쟁팀의 전력보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내 형편이 안되면 남 잘되는 것이라도 막고 싶은 게 프로의 인지상정이다.
영입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가 경쟁팀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과열 경쟁 양상으로 번지게 되면 인건비만 치솟게 되어서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류현진의 몸값을 구단측에서 전망하는 것은 더더욱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한화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프로 스포츠의 경쟁심리는 다 똑같다"면서 "서로가 자신들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화는 최근 미국 언론에서 등장하는 류현진 관련 정보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모두가 추측과 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