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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K 접전의 패배가 준 후유증을 극복못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21:13


접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한 팀과 아쉽게 진 팀의 다음 경기 플레이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넣는 경기에서 이긴 팀은 다음 경기도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를 한다. 반면 진 팀은 후유증이 어마어마하다.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의 결과는 1일 6차전에서 삼성과 SK 선수들의 플레이를 바꿔놓았다.

삼성과 SK는 31일 5차전서 1점차의 초접전 경기를 치렀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지옥같은 스몰볼이었다. 스코어 2대1로 삼성의 승리였지만 잘 따지고 보면 삼성이 이겼다라기 보다 SK가 졌다라는 표현이 맞았다. SK는 수비의 미스로 2점을 내줬고, 많은 찬스에서는 번번이 점수를 내지 못했다. 5차전은 한 베이스 더 가느냐(SK), 묶어 두느냐(삼성)의 싸움이었다.

안줘도 되는 점수를 주고, 찬스에선 한 베이스를 더 나아가지 못해 주저앉았으니 SK 선수들로선 허탈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던 경기다. 게다가 SK는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며 체력마저 방전되고 있었다. 투수들은 점점 던질 수 없는 상태의 부상자가 나왔고, 타자들의 스윙은 조금씩 무뎌져 갔다. SK 이만수 감독이 5차전을 앞두고 "빨리 끝내지 않으면 우리가 너무 불리하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5차전의 패배로 벼랑끝에 몰린 SK선수들은 6차전을 준비해야 하는데도 계속 5차전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아쉽기 때문이다. 5차전을 이기면 우승에 한발짝 다가간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길 경기를 놓쳤으니 '운이 없나'하는 불안한 생각에 빠진다. 아무리 '가을 DNA'가 있다고 해도 그들도 사람이다. 6차전에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5차전서 0대10의 대패를 했다면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삼성은 9회초 무사 3루라는 최악의 동점 위기를 끝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5차전을 잡았다. 2연승 후 2연패에 빠져 위기의식을 가졌던 삼성 선수들은 수많은 위기를 넘기면서 '우승의 운이 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연히 사기가 올라간다. 게다가 아픈 선수도 없고 마운드는 서로 던지겠다고 할만큼 생생한 투수로 넘쳐났다.

그래서 6차전은 선취점이 중요했다. 삼성이 선취점을 뽑으면 전날 승리의 분위기를 이으며 우승 엔돌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SK가 선취점을 뽑으면 전날 너무도 아팠던 패배의 꺼져가는 분위기를 일단 스톱시키며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5차전까지 한국시리즈서 선취점을 낸 팀이 모두 이겼다는 것은 미신처럼 선수들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SK는 1회초 무사 1루서 3루수가 홈으로 바짝 다가와 번트 수비를 했다. 무조건 1루주자가 2루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마치 9회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SK에겐 선취점을 내주면 진다는 생각이 강했다. 끝내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자 SK의 힘은 확 떨어졌고, 삼성은 더 힘이 넘쳐났다. 그리고 4회초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박석민이 투런포를 날리자 순간 SK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SK 투수들은 제 공을 뿌리지 못했다. 타자들도 맥빠진 방망이질로 일관했다.

SK에겐 승리할 수 있다고 믿음을 주는 동앗줄이 다 끊어져버린 셈이었다. 극단적인 접전의 패배가 남긴 후유증은 너무나도 컸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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