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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밀어주기로 했으니 화끈하게…."
한화는 1일 예정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류현진에 대한 포스팅을 신청했다.
지난 29일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최고가 입찰제도) 추진을 발표하면서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관련 규정상 포스팅은 당해 연도 11월 1일부터 내년 3월 1일 사이에 언제든지 실시해도 되지만 첫날부터 스타트를 끊었다.
8개 구단은 NC의 특별지명(15일 예정)에 앞서 오는 12일까지 보호선수 20명을 KBO에 통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구단들은 '신분변동 금지' 규정에 따라 특별지명이 완료까지 소속 선수의 신분에 변동이 발생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포스팅 신청도 엄밀히 말하면 한화가 보호선수 20명을 확정한 뒤에야 가능했다. 그렇게 되면 포스팅 신청 날짜도 다소 미뤄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세심한 배려로 문제를 해결했다. KBO의 양해를 구해 '류현진은 반드시 보호선수에 포함시킨다'는 공문을 31일 발송했고, 나머지 19명은 규정기간 안에 통보하겠다고 한 것이다.
KBO는 한화의 요청을 받아들여 류현진이 보호선수에 포함된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포시팅을 개시할 수 있었다.
한화가 이처럼 포스팅을 서두르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류현진이 미국 구단과의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사격하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입단 협상에서 한푼이라도,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받아내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윈터미팅 때문이다. 1902년 시작된 미국의 윈터미팅은 단장을 비롯한 각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가 만나 선수 트레이드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특급 스타의 트레이드나 대형 FA의 이동이 번번이 이뤄지기 때문에 '스토브리그의 장터'라고도 불린다. 매년 12월에 열리는데 올해는 다음달 9일부터 12일까지(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화 구단은 이 사실에 주목해 포스팅을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윈터미팅 특성상 물밑에서 활발한 선수거래가 이뤄진다. 이른바 '쓸만한 물건'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막상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각자의 패를 내는 과정에서 류현진급 선수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윈터미팅 이전에 류현진의 입단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프로의 생리상 류현진을 영입하려던 구단은 류현진에게 예상했던 연봉을 낮추려 하거나, 류현진과 비슷한 급이면 보다 값싼 자국 리그 선수로 선회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화장실 다녀와서 마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윈터미팅 과정에서 투수자원 공급이 많아지면 류현진의 가치도 하락할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학의 수요과 공급 원칙에서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는 이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화는 류현진의 공시 이후 최고액 입찰 구단이 결정되기까지 8일이 걸리고, 이후 30일간 독점 협상기간을 감안하면 포스팅 신청을 하루라도 늦춰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류현진과 미국 구단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최소한 윈터미팅 이전에 입단계약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화는 류현진의 포스팅 신청을 보호선수 확정 이후로 미룬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한화는 "이왕 보내주기로 결정했으니 최대한 좋은 조건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7년간 고생한 류현진과 팬들에 대한 예의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