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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타자로서 부담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지금 이 시점과 타격 사이클이 안 맞아서일까.
박석민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굴욕 시리즈라고 할만하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 박석민은 올 정규시즌 127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2리(4위), 23홈런(4위), 91타점(2위)을 기록했다. 타격과 홈런, 타점 모두 팀내 톱이다. 2004년 프로에 뛰어든 이후 타율과 타점은 한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고, 홈런은 2009년 24개에 이어 두번째다.
삼성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나머지 7개 팀보다 전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해서 '극강'으로 불렸다. 투타 양쪽 모두 가장 짜임새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무엇보다 9년 만에 복귀한 이승엽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정작 시즌 초반 간판타자 최형우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 홈런과 타점왕 최형우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4번 타자를 맡게된 박석민은 3번 이승엽과 함께 타선을 이끌었다. 찬스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고,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랬던 박석민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7푼1푼의 굴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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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종료 후 긴 휴식이 독이 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치러지는 동안 휴식을 취하며 연습경기를 하게 되는 정규시즌 1위 팀은 한국시리즈 초반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연습경기를 한다고 해도 연습경기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공식경기를 오랫동안 쉬다보면 타격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석민도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진이 이어지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성적을 의식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박석민의 방망이를 무겁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박석민은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의 4번 타자다. 체한 듯 답답하다가도 시원하게 펑 터지는 게 타격이다. 한번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리즈를 마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먼 훗날 박석민에게 2012년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기억될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