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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박석민의 극심한 부진 어떻게 봐야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09:07 | 최종수정 2012-11-01 09:07


SK와 삼성의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삼성 선수들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박석민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31/

중심타자로서 부담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지금 이 시점과 타격 사이클이 안 맞아서일까.

삼성과 SK가 3년 연속 맞붙은 2012년 한국시리즈. 팀이 이겨도 납덩이를 지고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 삼성의 4번 타자 박석민은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면서 웃음을 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시리즈다. 막강 삼성 타선의 중심타자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4타수 1안타, 타율 7푼1리다. 홈런없이 타점 1개에 4사구 4개를 얻었는데, 삼진이 6개나 된다. 주전급 선수 중에서 타율이 1할에 미치지 못하는 건 박석민이 유일하다.

박석민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굴욕 시리즈라고 할만하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 박석민은 올 정규시즌 127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2리(4위), 23홈런(4위), 91타점(2위)을 기록했다. 타격과 홈런, 타점 모두 팀내 톱이다. 2004년 프로에 뛰어든 이후 타율과 타점은 한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고, 홈런은 2009년 24개에 이어 두번째다.

최고의 활약, 최고의 성적. 어느해보다 만족스러웠다.

삼성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나머지 7개 팀보다 전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해서 '극강'으로 불렸다. 투타 양쪽 모두 가장 짜임새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무엇보다 9년 만에 복귀한 이승엽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정작 시즌 초반 간판타자 최형우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 홈런과 타점왕 최형우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4번 타자를 맡게된 박석민은 3번 이승엽과 함께 타선을 이끌었다. 찬스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고,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랬던 박석민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7푼1푼의 굴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서 삼성 박석민이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1.
부진이 이어지자 류중일 삼성 감독은 10월 31일 5차전에 박석민을 6번으로 내리고, 최형우를 4번에 넣었다. 앞선 4경기에 4번을 맡았던 박석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박석민은 1회와 2회 득점 찬스에서 내야 땅볼과 외야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순 조정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정규시즌 종료 후 긴 휴식이 독이 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치러지는 동안 휴식을 취하며 연습경기를 하게 되는 정규시즌 1위 팀은 한국시리즈 초반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연습경기를 한다고 해도 연습경기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공식경기를 오랫동안 쉬다보면 타격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석민도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진이 이어지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성적을 의식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박석민의 방망이를 무겁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박석민은 정규시즌 1위팀 삼성의 4번 타자다. 체한 듯 답답하다가도 시원하게 펑 터지는 게 타격이다. 한번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리즈를 마감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먼 훗날 박석민에게 2012년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기억될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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