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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 우천순연은 SK에게 보약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는 비다.
일단 분위기가 그렇다. 2차전 삼성은 SK에 완승을 거뒀다. 아무리 산전수전을 겪은 SK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경기였다. 한국시리즈 전만 하더라도 '해 볼만 하다'는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을 수밖에 없는 상황. 사기가 바닥에 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한숨, 아니 '두숨'을 돌리게 됐다. 정상적인 과정인 하루를 쉬고 경기를 하는 것과, 우천순연으로 인해 이틀을 쉬고 게임을 펼치는 것은 좀 다르다. 1, 2차전에 형성된 분위기 자체가 끊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SK에게는 '약', 삼성에게는 '독'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 류중일 감독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삼성의 사령탑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포커 페이스'였을 것이다. 분명히 매우 아쉬운 '사건'이지만, 선수단에 있을 지 모르는 동요를 막기 위한 최선의 제스처.
또 하나는 선발진이다. SK 선발진에서 가장 큰 변수는 김광현이다. 제대로 긁히는 날에는 완벽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인다. 에이스의 역할 중 하나는 상대의 예봉을 막고, 다음경기까지 타격감이 흐트러지도록 압도적인 피칭을 하는 것이다. 김광현이 제대로 던지면 삼성 타자들이 공략하기는 매우 힘들다. 분위기 자체가 변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
올 시즌 내내 그는 어깨가 완전치 않다. 많이 쉴수록 좋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환상적인 투구를 보였던 그가 5차전에서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는 휴식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휴식이 하루가 더 늘어난 것이지만, 김광현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SK 이만수 감독이 너무나 다급한 상황에서도 김광현을 4차전 선발로 예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삼성의 3차전 선발 배영수와 4차전 선발 탈보트에게는 좋을 게 없다. 10일 이상의 휴식을 취하며 맞춰왔던 모든 리듬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휴식이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긴 준비 속에 하루가 늦춰진다는 것은 집중력과 컨디션에 미세하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치른 SK 타자들은 아무래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당연히 스윙 스피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틀간의 휴식으로 어느 정도 타격감을 회복할 기회가 생겼다.
확실히 이번 가을비는 SK에게 하늘이 또 다른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1, 2차전을 통해 삼성은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SK는 벤치의 미숙함까지 드러내며 너무나 허무하게 기선을 제압당했다.
반격할 수 있는 찬스가 생겼다. 하지만 어떤 기회가 와도 1, 2차전과 같은 무력한 모습으로는 삼성을 누를 수 없다. 우천취소가 과연 3차전부터 어떤 효과를 미칠 지 주목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