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멋있는 야구'와 '이기는 야구'의 차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09:49 | 최종수정 2012-10-18 09:49


15일 인천문학구장 1루측 특설무대에서 2012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기다리던 양승호 감독이 이만수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0.15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이만수 SK 감독은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한다. 초구부터 거침없이 휘둘러라고 한다. 17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비록 4대5로 지기는 했지만 SK 타자들은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국내대학 감독, 프로팀 지도자를 통해 잔뼈가 굵은 양승호 롯데 감독은 국내야구에서 살아남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상황에 맞게 이기는 야구를 구사한다. 롯데는 PO 2차전 연장 10회초 정 훈이 2사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메이저리그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투수의 공을 기다리지 않는 편이다. 투수와 타자 모두 적극적으로 승부한다. 그래서 페넌트레이스 보다 한 경기 승패로 시리즈 결과가 좌우되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밀어내기나 실책 보다 적시타를 통해 승패가 많이 갈린다.

반면 아직도 국내야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면 타자는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투수가 정면 승부를 꺼린다. 맞지 않기 위해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제구력에 너무 신경쓰다가 볼카운트가 불리해져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일쑤다. 그러다보니 타자들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일단은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더 강하다. 타자보다 국내야구의 생리를 더 잘 알고 몸에 배 있는 지도자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적극성의 차이를 두고 어느 야구가 더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100년의 역사를 넘긴 메이저리그는 이미 국내야구와 같은 경험을 수도 없이 해봤다. 한국은 이제 30년이 됐다. 국내야구는 기간은 짧지만 빠르게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해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야구는 아직 팬과 구단의 소속 연결 고리가 약하다. '저 팀은 내가 평생 응원해야 할 팀'이라는 소속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경기 승패에 따라 팬들의 선호도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는 좀 다르다. 우리팀이라는 소속감을 강조한다. 그래서 오늘 지더라도 내일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에 지면 일부팬들이 거친 욕설을 퍼붓지만 그 팬들의 다수가 또 야구장으로 온다.

메이저리그는 선이 굵은 힘있는 경기 스타일을 선호한다. 반면 국내야구도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짜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기다리는데 익숙해졌다.


SK와 롯데는 이번 PO에서 1승1패로 팽팽한 동률이다. 현재로선 누가 PO를 통과해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일 지 모른다. 2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SK도 3차전에서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 3차전을 내주면 코너에 몰릴 수 있다. 준PO까지 거쳐 올라온 롯데는 홈 3차전에서 적극성을 띌 수 있다.

국내 야구팬들의 눈높이는 세계 정상급에 가 있다. 한마디로 입맛이 까다롭다. 그들은 자주 나오기 어려운 '멋있게 이기는' 야구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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