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롯데, 주루플레이가 풀려야 반전도 나온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0-17 11:12 | 최종수정 2012-10-17 11:12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1회초 2사 손아섭이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16/

불타는 방망이도, 끈끈이 글러브도 아니었다. 승패는 결국 '발야구'로 갈렸다.

롯데가 지난해처럼 또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에 덜미를 잡혔다. 모든 패배가 다 아쉽겠지만,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의 패배의 아쉬움은 비할 바 없이 크고 진하다. 역전승의 시나리오가 가능했던 1대2의 근소한 패배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몇 차례의 득점기회를 허무한 주루플레이로 날린 점이 롯데의 또 다른 약점으로 드러났다.

마의 3루 베이스, 벗어날 수 있나

플레이오프 1차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준플레이오프 4차전으로 장면을 리와인드 해 본다. 지난 12일이다. 롯데는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준플레이오프 파트너 두산을 만나 8회초까지 0-3으로 끌려갔다. 비록 8회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둬 준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마무리했지만, 초중반까지 분위기는 암울했다.

특히나 8회말 역전 상황 때 예상치 못한 주루플레이 미스로 자칫 상승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뻔한 일이 있었다. 승리에 가렸지만, 분명 지적되고 개선되어야 할 장면이었다. 8회말, 선두타자 문규현의 중전안타에 이어 1번 김주찬이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로 1점을 뽑았다. 이어 무사 2루 상황에서 2번 타자 박준서가 좌전안타를 날렸다. 발이 빠른 김주찬이 2루에 있었고, 안타가 깊은 코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득점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주찬은 홈에서 태그 아웃됐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의 송구가 정확하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김주찬이 3루 베이스를 도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보통 주자의 베이스 러닝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오로지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는 것이 목적일 때는 직선 주로를 달리는 육상선수처럼 질주한다. 그러나 2개 이상의 베이스를 달릴 때 즉 홈→2루, 1루→3루 또는 홈, 2루→홈으로 가는 것이 목적일 때의 주법은 달라진다. 직선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반원을 그리듯 달린다. 이를테면 200m 이상의 트랙을 도는 육상 선수가 곡선 코너에 접어든 것과 같은 형태다.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 스피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2개 이상의 베이스에 진루하려면 필연적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데, 직선 달리기를 하면 방향 전환과정에서 에너지와 스피드의 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주찬의 베이스러닝을 잘 살펴보면 2루에서 3루로 뛸 때와 3루에서 홈으로 내달릴 때의 주법이 달라지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 일단 2루→3루는 1개의 베이스를 염두해둔 듯 거의 마지막까지 직선주법을 사용했다. 그러다 3루를 거의 눈앞에 두고 홈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러다보니 3루를 밟은 뒤 포물선이 평소보다 너무나 컸다. 결국 스피드와 거리에서 손실을 입었고, 이 결과가 홈에서 태그아웃으로 이어졌다.


과감한 결단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3루 베이스에서 멈출 것인가, 홈까지 달릴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3루를 거치는 주자는 타구가 전부 등 뒤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주루코치가 3루 옆에 서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롯데의 3루 베이스 러닝은 미묘하게 삐걱대고 있다. 앞서 상세히 묘사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이어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그랬다. 역전 찬스가 3루쪽 주루플레이의 망설임으로 날아갔다.

6회말, 롯데가 1-1로 동점을 만들었을 때다. 1사 후 동점 2루타를 날린 손아섭이 2루에 있을 때 후속 홍성흔이 좌전안타를 날렸다. 1사 2루였고, SK 불펜진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역전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2루 주자 손아섭은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3루에서 홈으로 돌며 한 차례 멈칫하면서 스피드가 확 죽었다. 어쩔 수 없이 3루에 멈췄다. 1사 후였기 때문에 무리한 베이스러닝을 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면 3루 주루코치가 뒤늦게 홈까지 달리라는 사인을 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뒤늦은 사인에 손아섭이 당황한 것이다.

물론 손아섭도 당시 분위기를 감안해 애초부터 홈까지의 대시를 노렸다면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아섭 역시 2루에서 스타트 하는 순간 망설이는 것이 역력했다. SK 좌익수 박재상의 강하고 정확한 송구에 지레 위축된 것이다.

때로 과감한 홈 대시는 상대 외야진의 송구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더불에 홈 접전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는다면 전세를 역전시키게 된다. 만약 홈에서 아웃되더라도 상황에 따라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인해 팀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날 손아섭의 망설임과 조원우 롯데 3루 주루코치의 뒤늦은 판단은 이러한 세 가지 효과를 모두 차단해버렸다.

1차전을 패배한 롯데는 기세 싸움에서 일단 밀렸다. 이를 뒤집으려면 강력한 파이팅을 수시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주루플레이에서부터 조금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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