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니퍼트 무너뜨린 롯데 타자의 '기다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10-08 21:38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가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준PO 1차전 경기를 가졌다. 두산 니퍼트가 4회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3실점 했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니퍼트.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0.8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3로 동점 상황이던 5회말 2사 3루에서 윤석민이 1타점 역전 적시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08/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1,3루 롯데 손아섭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08/

투수와 타자의 심리는 일견 남녀의 연애와도 같다.

끊임 없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과정이다. 인내심이 모자란 쪽이 결국 진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선발 니퍼트와 롯데 타자들의 밀당. 한국야구 포스트시즌에 첫 출전한 '연애 초보' 니퍼트의 완패였다. 반면, 바짝 긴장한채 큰 무대에 선 두산 초보들은 상대 야수의 잇단 실수 속에 부담을 녹이며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다. 1차전 중반 승부에서 장군 멍군을 불렀던 양 팀의 한 이닝 대량 득점의 이면에는 오묘한 심리전이 녹아있었다.

롯데 타선의 기다림과 니퍼트의 조바심

니퍼트는 국내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외국인 투수. 데뷔 첫해 15승 등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두산의 에이스다. 하지만 그도 초보다. 한국의 가을잔치 마운드는 처음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인 1차전 선발 임무. 천하의 니퍼트도 어깨가 무거웠다. 게다가 김동주 손시헌 정수빈 고영민 등이 빠져 온통 신예 일색인 두산은 타선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 저득점 구간의 팽팽한 승부를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부담스러운 상황. 하지만 니퍼트는 역시 우수한 투수였다. 잔뜩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1,2회 자신의 페이스대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을 들락날락하며 롯데 타자들의 정타를 피했다. 하지만 너무 신중했다. 타선이 1회말 1사 2,3루 찬스를 무산시키자 니퍼트의 코너워크는 조금씩 더 신중해졌다. 공을 하나씩 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롯데 타자들이었다. 트레이드마크인 호쾌함을 버렸다. 바깥쪽 변화구 유인구를 꾹 참았다. 스탠딩 삼진을 당할지언정 휘두르지 않았다. 홍성흔 등 거포들의 스윙도 짧았다. 부쩍 신중해진 타자들. 시즌 막판 최악의 부진이 선사한 역설적 차분함이기도 했다. 타자들이 기다리면 투수가 초조해지게 돼있다. 공을 반개씩 안으로 집어넣기 일쑤다. 확 달라진 롯데 타자들 앞에 니퍼트는 3회 볼넷을 2개 내주는 등 투구수가 55개로 많아졌다. 4회부터 공이 조금씩 스트라이크 쪽으로 가까워졌다. 롯데가 니퍼트 사냥을 위해 쳐놓은 덫으로의 접근. 니퍼트는 2사 후 하위타자들에게 연속 3안타로 먼저 3실점하고 말았다. 4회를 마친 니퍼트의 투구수는 무려 82개(49/33)였다.

송승준이 덜어준 '초보 타자'의 부담감

니퍼트와의 밀당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한 롯데. 중반만 잘 넘겨 비교 우위인 불펜 싸움으로 가면 3점차는 쉽게 내줄 거리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경험 없는 두산의 '초보 타자'들은 경기 초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던 터. 하지만 의외의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딱딱하게 굳은 두산 타자들의 어깨를 부드럽게 풀어준 윤활유, 롯데의 잇단 실수였다. 5회 1이닝에만 실책3개와 보크를 범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5회 선두 임재철의 평범한 2루땅볼을 조성환이 주춤주춤 물러서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뒤로 빠뜨렸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벤치의 강공 지시에 양의지가 오히려 병살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던 상황. 1B2S으로 불리한 볼카운트로 코너에 몰린 양의지를 구원한 손길을 롯데 투수 송승준이 내밀었다. 마운드에서 오른발을 뒤로 빼지 않은 페이크 견제로 보크를 범했다. 무사 2루. 홀가분해진 양의지는 가볍게 굴려 추격의 땅볼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병살이란 부담감 속에서는 나오기 힘든 땅볼 안타였다.


이종욱의 적시 2루타로 1점차로 추격한 상황. 2사 2루에서 롯데 배터리는 김현수를 고의 4구로 거르고 윤석민을 택했다. 큰경기 경험 부족의 4번타자. 진땀나는 동점 찬스. 가슴떨리는 압박감을 송승준이 덜어줬다. 1B1S에서 견제 아웃을 노린 기습 1루견제가 뒤로 빠지면서 2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동점주자가 됐다. 3-3. 홀가분해진 윤석민은 송승준의 3구째 바깥쪽 커브를 가볍게 밀어 역전 중전 적시타를 터뜨린 뒤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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