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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목동구장 심판실에서 마주한 넥센 히어로즈 1루수 박병호(26)는 사려가 깊고 유쾌했다. 갖고 있는 생각을 거침없이, 조리있게, 그리고 명쾌하게 풀어내면서도, 다소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거론되는 상대를 배려하고자 했다. 박병호는 8개 구단 4번 타자 중에 유일하게 부상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전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인 4월과 혹서기인 7월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7월에 홈런을 1개인가 2개 밖에 때리지 못했는데, 김성갑 수석코치가 '본래 4번 타자는 삼진을 200개는 먹어야한다'며 격려를 해줬다. 또 박흥식 타격코치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줬다. 이런 격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시즌 중간 히어로즈로 트레이드가 된 박병호는 이전 소속팀 LG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에 LG로 돌아가 LG 시절 보여주지 못했던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팀 동료인 나이트에게 MVP를 양보할 수 있다. NO(오히려 나이트가 자기는 골든글러브가 욕심이 난다며 나한테 MVP를 받으라고 한다)
넥센에 왔기 때문에 이만큼 할 수 있었다. YES(넥센 트레이드가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올해 연봉(6200만원)에 비해 훨씬 잘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연봉 100% 인상은 물론, 200% 이상 받아야 한다. YES(연봉에는 선수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가 반영이 돼 있다. 기대를 못 받는 4번 타자였지만 충분한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 홈런을 쏟아내는 강정호가 솔직히 부러웠다. NO(내 목표는 25홈런이었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의식한 적이 없다)
전반기 팀이 잘 나갈 때도 후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YES(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부상 선수가 늘면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스타전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YES(프로 8년차인데 그동안 올스타전을 TV로만 봤다. 전반기 성적이면 감독추천선수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아내에게 승용차로 가면 밀릴지 모르니 KTX를 타고 대전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부모님과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올해 1루수 골든글러브는 내가 타야 한다. YES(1루수는 주로 거포가 맡는데,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면서 충분히 어필을 한 것 같다. 사실 MVP보다 골든글러브를 타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